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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크루그먼의 경고 귀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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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크루그먼의 경고 귀담아야

입력
2000.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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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폴 크루그먼 미 MIT대 교수의 테크노 투자 종말론이 섬뜩하다. 그가 원래 기술혁명 회의론자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지적이 너무도 예리한 시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크루그먼교수는 12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최근 미국의 나스닥 투자열풍이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첨단 기술주에 대한 투자양상이 피라미드식 투자사기와 흡사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신기술 개발에 투자자들이 다단계로 몰려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이 먼저 투자한 이들에게 돌아가는 패턴이 영락없이 피라미드식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크루그먼교수는 “우리자신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며 “최근의 주식 폭등은 주인공이 없는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한마디로 규정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국의 전문가들이 테크노 투자열풍의 허실을 짚는 다양한 분석과 주장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크루그먼교수의 이번 진단처럼 그 패턴을 명쾌하게 분석한 예가 없었다. 물론 그의 주장에는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구석도 없지 않다. 하나 세계적인 테크노 투자열풍의 미래에 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대립된 현실에서 그의 예측은 적어도 ‘절반의 진리’는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현상을 맞아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의 경고는 특히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묻지마 투자’로 대변되는 국내의 주식투자 열기는 어느 모로 보나 이미 ‘상식적인 투자’의 양태를 벗어났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주식매매 회전율이 1,000%를 넘어 세계최고를 기록한 것은 경기회복에 따른 투자 활성화라고 긍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내용이나 실적이 거의 동일한 기업의 주식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느냐, 코스닥에 등록되느냐에 따라 몇배 차이가 나는 시장의 불균형과 왜곡은 주식투자가 무차별적인 머니 게임으로 변질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닥 등록주식의 매출대비 시가총액의 배율도 미국을 훌쩍 뛰어넘어 단연 세계최고 수준이다. 벤처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부 직장인 대학생 등 사회의 전계층에서 광란의 벤처열풍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 생산성 등 투자기준과 무관하게 돈놓고 돈먹기 식의 카지노 자본주의가 횡행하고 있을 따름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크루그먼교수의 경고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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