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권개입 시비를 부르고 있는 국정홍보처의 국정홍보물 제작·배포의 진상은 무엇일까. 한나라당과 국정홍보처는 14일 서로 근거를 제시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의 홍보 책자 ‘국민의 정부 2년’이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총선용 성격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홍보 만화의 21쪽에 있는 등번호 2번을 단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그림은 총선때 기호 2번을 받을 민주당 후보지지를 노골적으로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정권에 비해 국정 홍보물이 많지 않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올해 1월 첫 발간한 ‘야호 코리아’는 과거에 없던 홍보물이라는 것. 또 일반 행정부서인 농림부와 기획예산처 등도 ‘OK 농정’(160만부)등의 홍보 책자를 올초에 대량으로 제작해 배포한 것도 총선용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이날 공식 해명자료를 내놓고 “국정홍보물 제작 배포는 통상적인 활동으로, 과거 정권과 비교해 상궤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처는 97년 대선때도 ‘우리경제 다시 일으킬 수 있습니다’등의 홍보물 30만∼100만부 가량이 배포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국정신문은 과거 20만부까지 발행하다 최근 7만부로 축소했다고 밝혔다. 책자내에 등번호 2의 캐릭터가 민주당 후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의 정부 2년을 상징하는 것이지 결코 정치활동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미장원, 부동산중개업소등으로 홍보책자가 배포된 데 대해서는 “지난해 9월부터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배포선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처는 책자 발간전 선관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책자발간 자체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책자내용에 대해서는 선관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안팎에서는 “총선 국면에서 구설수에 오를 것이 뻔한데도 정부가 과거정권때도 그랬다며 국정홍보책자 발간을 강행하는 것은 과거 정권의 구태를 답습하는 자세”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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