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경제개혁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크리스티앙 소테 재무장관은 13일 세제개혁에 반발, 파업에 돌입한 세무공무원 노조와의 마라톤 협상을 마친 뒤 “조세제도 개혁을 포함한 일련의 경제개혁안의 추진을 2002년까지 유예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테장관은 “정부의 경제개혁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 2002년에 세제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프랑스 국민은 이제 아무도 없게 됐다. 1997년 사회당 정부 출범 이후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추진해 온 경제개혁안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문제의 세제개혁안은 ‘작은 정부’를 지향해 온 조스팽총리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추진해 온 경제개혁의 핵심 내용. 한마디로 말해 세금의 부과 및 징수를 이원화한 나폴레옹시대 이후의 관행을 바로잡자는 것이다.‘세금부과 따로, 징수 따로’로 된 세제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는 납세자를 위해 세금관련 업무를 하나로 합쳐‘원 스톱’세무처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안이다.
그러나 세제개혁안은 업무 일원화로 일자리를 잃게 될 14만명의 세무 공무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세무업무 일원화 방침이 알려진 1월부터 간헐적으로 시작된 세무 공무원들의 파업은 이 달 들어 본격화했다. 지난 10일 동안 전국 850개 세무서 중 450개의 세무서가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이 장기화하자 우파연합은 물론 사회당 소속 의원들까지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세제개혁안이 미칠 영향과 파급효과, 대책 검토도 없이 성급히 개혁안을 발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비판이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다음 주말로 예정된 부과세 환급기한을 이달 말로 연기한 데 이어 개혁안 유예라는 항서(降書)까지 쓰고 말았다.
경제개혁은 사법개혁과 함께 조스팽총리가 추진해 온 양대 공약사항 중의 하나다. 사법개혁안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상·하원 합동회의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조스팽총리의 대 국민 약속은 자칫 공약(空約)으로 끝날 판이다.
파리=이창민특파원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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