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해부한다] 스타는 이미지다심은하는 청초함과 요염함을 동시에 갖췄다. 정우성과 장혁은 반항적이다. 조성모는 수줍고 귀여우면서 건강하다. 김혜수는 섹시하면서 건강하다. 전지현은 도발적이다. 임은경은 신비하다…. 물론 실제 인격성이 아니다. 그들의 이미지일 뿐이다. 실제 모습 그대로일 수도 정반대일 수도 있다.
스타이미지. 그것은 어쩌면 ‘가면’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스타를 만들어내는, 그리고 소비하게 하는 마술적 힘의 원천이다.
이미지를 먹고 크는 스타들
조성모는 애초 댄스 가수를 준비하다 매니저 김광수에 발탁되어 발라드 가수로 키워졌다. 그가 만약 댄스 가수로 데뷔했다면 어땠을까? 지금 조성모의 이미지와 얼마만큼 달라져 있을까? 여하튼 그는 발라드 가수의 여성적 감수성, 육체적이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남성이란 양성(兩性)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면서 가요계 왕좌에 올랐다. 스타 이전의 조성모라는 실체가 어떻든 간에 그의 이미지메이킹은 성공적이었다.
전지현, 김민희, 김효진, 임은경 등 10대 N세대 스타들 대부분은 CF 이미지가 현재 그들의 스타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CF 이미지를 벗겨낸다면?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숱하게 만나는 귀여운 여고생 뿐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연기력이나 인격성과 상관없이 그들은 이미지 하나만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룹 H.O.T. 그들은 가장 절묘한 이미지끼리의 조합이었다. 문희준은 귀여운 위트. 강타는 섹시함. 우혁은 터프함. 토니는 무드와 매너. 재원은 수줍음. 그들이 처음 등장할 때 내세워던 이미지였다. 이러한 이미지는 다양한 팬들을 확보하는 힘이 되었고, 그룹의 이미지로 융합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신인들이 이미지메이킹에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탄탄대로다. 신인들은 최초에 그들의 일상을 철저히 숨기지만 이미지가 형성된 이후에는 일상을 차츰 공개한다. 이미지의 일상화로 그 토양을 더욱 굳게 만드는 것이다. 애초의 이미지는 매우 비인격적이지만, 토크쇼 등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으로 비인격적 이미지는 살을 붙여간다.
스타 이미지_대중적 욕망의 구현
스타들이 그토록 획득하려고 하는 스타 이미지는 무엇인가?
스타가 이미지메이킹 할 때 그 이미지는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다. 철저히 대중의 욕망에 기초해 만든 성운이다. 청순하고, 섹시하고, 귀엽고, 코믹하고…. 누군가 그것을 구현해낸다면, 그는 이미 대중적 욕망의 주형틀에서 새롭게 탄생한 인물인 것이다. 대중의 욕망을 제대로 구현해 내면 이전의 그가 무엇이었든 상관없다. 대중은 스타를 통해 욕망을 충족할 뿐이다.
그래서 알고도 속는다. 그의 이미지를 벗겨낸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보고 즐기면 되니깐. 조성모의 실체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가 그렇게 있고 욕망을 충족시켜주면 되는데.
이미지와 현실의 균열_스캔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대중은 스타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스타의 실체를 배제하고, 가공의 스타 이미지를 용인하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 그 이미지가 들통나는 것을 내심 즐긴다.
스캔들이다. 스캔들에 대한 관심은 매우 역설적인 듯 하지만 사실 매우 논리적이다. 스타 이미지는 스타가 만든 것이 아니라 대중이 그에게 부여한 것이다. 한 개인에게 스타 이미지에 대한 독점권을 준 것이 아님에도, 그가 그것을 남용했을 때, 그것에 대한 응징이 스캔들이다. 스캔들은 연예인에게도 실제적인 치명타이기도 하다. 광고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 광고주들은 스캔들이 났을 경우, 광고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광고 계약을 취소해 버린다. 최근 광고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명문화해 있다.
이미지의 극복을 위해
대중문화는 온통 이미지다. 이미지의 홍수다. 그 이미지 속에서 스타는 성공하기도 하지만 허우적 대기도 한다. 한번 이미지에 포위되면 변신은 그만큼 위험을 부른다. 또 노래든 연기든 실력보다는 이미지의 유지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된다. 그래서 이미지가 물거품이 되면 추락한다.
역대의 스타를 볼 때 시대의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잘 읽어내고, 다양한 형태로 녹여내고 변화시키는 스타만이 생명력을 가졌다. 그런 속에서 대중문화도 풍성해진다. 이미지는 순간인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스타를 해부한다] 이미지는 시대욕망을 반영
각 시대마다 스타 이미지는 그 시대 대중의 욕망을 반영했다. 영화의 부흥과 함께 찾아 온 1960년대는 스타 이미지의 시대가 열린 때다.
가부장제에 억눌린 여성이 서서히 자신을 드러낼 무렵, 문희 윤정희 남정임 여성 트로이카는 멜로영화 속에서 가부장제에 희생되는 여인의 모습을 주로 그려냈다. 당시 남성과 여성의 욕구에 대한 적절한 타협이기도 했다. 또 한편에서는 청춘영화가 히트하면서 신성일과 엄앵란이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이들은 1960년대식 젊은이의 낭만적 반항을 구현했다.
산업화가 고도화하면서 다소 향락적이고 퇴페적인 문화가 움트고 동시에 전통적 가족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한 1970년대.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 등 신트로이카는 호스테스, 바람난 여인 등 다소 굴절된 성(性)적 이미지를 가진 스타들이었다. 남성 스타들은 성에 탐닉하면서도 무기력한 이미지였다. 숨돌릴 틈 없는 산업화와 정치적 독재에 숨이 막힌 대중의 탈출구는 우울한 색채의 성(性)이었다.
1980년대는 안성기로 대표된다. 지식인적 자의식을 드러낸 스타였다. 대중은 서서히 사회적 눈을 떠갔지만, 사회를 바꿀 만한 힘은 없었다. 안성기는 대중의 그런 죄책감과 고뇌를 해소시켜주는 이미지였다.
경제적 풍요와 함께 찾아든 1990년초. 대중은 더 이상 수심이 깃든 스타 이미지를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최민수 같은 터프한 남성과, 최진실 같은 가정적이면서 발랄한 여성을 원했다.
그리고 지금. 묻혀졌던 여성성이 복권되고, 산업적 논리 또한 섬세한 감각의 여성성을 더 중요시한다. 이에 따라, 남성 스타들도 여성성을 획득해 중성화하고 있다. 또 대중의 성적 욕망이 확연하게 드러남에 따라 여성 스타들 대부분은 성적 이미지 주위를 맴돌고 있다. / 송용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