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통합구 출마자·선거꾼 "우리사람 뽑자"‘망국병’으로 불리는 동서간 지역대결도 모자라 시·군간의 ‘소(小)지역주의’ 대결까지 부추기는 총선 출마자와 선거꾼들이 있어 유권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2~3개의 시·군이 통합돼 하나의 선거구가 된 지역에서는 상당수 여야 후보 진영이 “우리 군(郡)에서 국회의원을 당선시켜야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퍼뜨리며 동네 싸움을 붙이고 있다.
시·군 통합 선거구 가운데 주요 후보간에 출신지가 엇갈리는 선거구는 20여곳에 이른다. 특히 3개군이 통합된 충북의 진천·음성·괴산과 보은·옥천·영동 등에서는 ‘군(郡) 대항전’폐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 이들 지역에서는 “내 출신지는 ○○이지만 사실은 ○○에도 연고가 있다”“규모가 작은 군에서 금배지를 내지 않으면 무시당한다”“우리 군이 더 큰데 국회의원을 다른 지역에 뺏겨서는 안된다” “우리 지역에서 학교라도 제대로 나왔나”등 소지역 정서를 부추기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중앙집행위의장과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총무가 정면 승부를 벌이는 충남 보령·서천에서도 소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선거꾼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경 출신인 한나라당 신영국(申榮國)의원과 예천 출신인 자민련 신국환(辛國煥)위원장이 맞붙은 경북 문경·예천에서도 소지역 대결 조짐이 있다. 화순 출신인 한영애(韓英愛·민주당)의원과 보성출신인 박주선(朴柱宣·무소속)전청와대법무비서관이 맞붙은 화순·보성도 지역 대결 구도가 깔려 있다.
또 상대후보 출신 지역보다 인구수가 적은 군에 연고가 있는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우리 군에서 몰표를 줘야 이길 수 있다”는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 여수 출신 김충조(金忠兆·민주당)의원과 여천 출신의 신순범(愼順範·무소속)전의원간이 대결하는 여수 선거구에서는 시청 위치가 쟁점으로 등장했을 정도다.
같은 시·군내에서 동·서·남·북 간에 대결이 벌어지는 곳들도 있다. 충북 청원에서는 남쪽과 북쪽 출신 후보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서귀포·남제주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각각 출신지인 동·서쪽으로 주요 지지 기반을 나눠 갖고 있다.
나라와 동네가 사분오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눈을 바짝 뜨고 지역 연고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공약을 보고 냉철히 투표하는 방법밖에 없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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