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 운동의 역사는 짧다. 서양 오케스트라를 흉내 내 국악관현악단을 만들고 연주할 작품을 쓰기 시작한 지 겨우 반세기가 됐다.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국악기의 음량과 특색을 제대로 살리는 편성의 문제부터 레퍼토리 빈곤, 심지어 국악관현악단은 우리 음악에 맞지 않으니 없애라 또는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까지.386세대 국악 작곡가들은 국악 초창기를 일군 1세대나 그것을 받아 쓴 2세대에 비해 음악적으로 훨씬 자유롭다. 선배 작곡가들이 ‘전통적’이라는 주문을 굴레처럼 쓰고 지낸 것과 달리, 그들은 양악이든 국악이든 하나의 음악으로 받아들여 양쪽의 음악적 요소를 자유롭게 끌어다 쓰는 여유를 갖고 있다.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거기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빚어낸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국악 작곡, 양악 작곡이란 구분은 본래 불합리하지만 이들에겐 특히 그렇다. 그들은 그냥 작곡가일 뿐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386세대 주목받는 작곡가 4명의 작품으로 음악회를 한다. 김만석(36), 김승근(34), 원일(33), 지원석(32)이다. 서로 색깔이 다른 젊은 작곡가들의 국악관현악 작품을 한 무대에서 만나게 된 것이 신선하다. 22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네 사람은 서로 다른 음악 세계를 갖고 있다. 지원석은 서양음악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국악화하는 데 뛰어나다. 짜임새 있는 앙상블로 꽉 채워진 음악을 만든다. 김승근은 서양음악의 현대적 기법을 사용한다. 국악기로 연주하는, 우리 전통음악의 정악적 느낌을 지닌 현대음악을 주로 써왔다. 김만석의 작품은 연주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편이다. 국악기의 특성을 잘 살려 편안하게 들리는 곡을 써왔다. ‘꽃잎’ ‘이재수의 난’ 등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타악그룹 ‘푸리’의 리더로 잘 알려진 원일은 전통적인 리듬을 상투적으로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자기만의 새로운 리듬을 창조해왔다.
이번 연주곡은 김승근의 ‘관을 위한 협주곡’(초연), 지원석의 ‘대전서곡’, 김만석의 ‘아쟁협주곡’(초연), 원일의 ‘달빛항해’다. 김승근의 ‘관을 위한 협주곡’은 피리 대금 등 관악기와 약간의 타악기만으로 연주하는 독특한 편성을 취하고 있다. 김만석은 최초의 태평소협주곡을 만들더니 이번엔 대아쟁을 위한 최초의 협주곡을 썼다. 지원석의 ‘대전서곡’은 장단의 확대·축소, 선법, 조성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음악적 기법을 통해 관현악의 색채를 짙게 한 작품이다. 원일의 ‘달빛항해’는 리듬의 변형, 음의 강약과 농담대비 등 전통음악 변주의 원일 식 방법론을 보여주는 전형적 작품이다. 각자 자기 작품을 직접 지휘한다.
지원석은 “국악관현악의 역사가 짧다 보니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가능성이 많고 할 일도 많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기획자 윤중강은 “국악기가 낼 수 있는 최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무대”라고 설명한다. 공연문의 (02)399-1638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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