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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레드그레이브家, 연극·영화자료 국가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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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레드그레이브家, 연극·영화자료 국가에 기증

입력
2000.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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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배우 명문가인 레드그레이브가가 집안 소유의 연극 영화 관련자료를 국가에 기증했다.런던 코벤트극장의 연극박물관에서 12일 열린 기증식에는 마이클 레드그레이브경(1985년 작고)의 미망인인 레이철 켐프슨(89)과 딸 바네사(63) 린(57), 아들 코린(61)과 코린의 아들인 벤(31)이 참석했다.

레드그레이브 가문은 3대로 이어져 내려온 연극·영화의 명문가로 작위까지 받은 마이클경은 셰익스피어극에 정통한 연극배우였으며 그의 아버지 로이는 무성영화시대 호주에서 배우로 활약했다. 레이철 켐프슨 역시 연극배우였으며 3남매도 모두 연극과 영화배우로 활약했다. 이 가운데 미국 할리우드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바네사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기증된 자료는 41㎙높이의 분량으로 대부분 마이클경의 유품인 일기장 편지 사진 서류 등이다. 그가 아버지 로이, 할아버지와 주고 받은 편지는 물론 영국 출신 연극배우와 영화배우로 역시 작위를 받은 존 길구드경, 로렌스 올리비에경과 오슨 웰즈한테 보낸 편지등이 들어있다. 또 마이클경의 대학동창이며 나중에 러시아 비밀첩자로 밝혀져 화제가 된 안토니 블런트와 가이 버지스한테 받은 편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날 기증식에서 바네사는 “로이할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보면 당시 배우들은 지금보다 훨씬 일을 많이하고 급료는 덜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 멋진 컬렉션을 연극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린은 또 “이 가운데는 아버지가 쓰던 오래된 분장용품도 있다”고 말하고 “아버지를 보러 막 뒤의 분장실로 가곤 했는데 그때의 냄새, 정경들이 떠오른다”고 옛날을 회상했다. 코린은 미국등지로부터 이 유품을 갖고 싶다는 제안을 많이 받았으나 거절했다며 “영국이 최상의 보관장소”라고 말했다.

이 유물들은 2년동안 분류하고 정리된 뒤 이 연극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임종명기자

l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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