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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폭발 '락햄릿'과 '오월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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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폭발 '락햄릿'과 '오월의 신부'

입력
2000.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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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 가는 봄 내음, 답답한 실내는 싫다. 광장의 함성에서 콘서트홀의 열기까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주제지만,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뛰쳐 나오는 것은 꼭 같다.서울 뮤지컬 컴퍼니의 ‘락(樂) 햄릿’. 연극이라기 보다는 공연에 가까운 ‘콘서트 뮤지컬’이다. 무대 위로 완전 노출된 밴드와 7개의 스탠딩 마이크(주역 배우용 4개, 코러스용 3개)는 물론, 바람 불꽃 드라이아이스 레이저 등 록 콘서트에서 보던 특수 효과가 동원된다.

연출자 전훈씨는 “이번 무대는 연극, 뮤지컬, 콘서트 양식을 합친 동시대(contemporary) 가극”이라며 “배우, 가수라는 구분이 희석돼, 퍼포머(performer)라는 통합적 개념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피끓는 청년 햄릿을 형식 파괴와 록의 힘을 빌어, 암울한 북유럽에서 해방시킨다. 현역 가수 박효신이 햄릿으로, 진주가 오필리어로 나온다. 홍익대앞 클럽의 5인조 밴드 시골 버스가 출연, 모두 20곡의 격렬한 록을 들려 준다. 극장 밖으로 나온 이들의 공통 분모는 젊음·자유·광기·반항.

지난해 11월 호암아트홀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다. 그러나 당시는 연극적 대사와 세트에다 무선 마이크를 사용해 뮤지컬에 가까왔다. ‘To Be Or Not To Be’ ‘묘지송’ 등 16곡을 수록한 음반 ‘Rock Hamlet’이 발매되기도 했다. 4월 3-11일 장충체육관. 월 오후 7시 30분, 화·금 오후 7시 30분 오후 11시, 수·목 오후 4시 7시 30분, 일 오후 3시 6시 30분. (02)1588-7890

광주항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간 ‘오월의 신부’는 더 나아가, 완전한 장외 무대다. “야외에다 극장 하나 짓는 셈 치죠.” 무대 설치를 지휘하고 있는 무대 디자이너 윤정섭 한국예술종합대 교수가 말한다. 도청에 계엄군이 진입하기 직전, 즉석 결혼식을 올리고 산화하는 한 쌍의 시민군에 초점을 맞춘 2시간 30분의 작품이다. 황지우 작, 김광림 연출.

조명 등 무대 장치 6,000만원, 객석 제작 5,000만원 등 무대 설치에만 1억여원은 예상된다. “국내 연극 사상 최대의 야외 작업이죠.”당시 광주 시민들을 짓누르던 철저한 고립감을 현장에서 재현한다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둔다고 윤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나 야외 무대는 관객의 집중력이 약화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야외 공연장을 둘러 쌀 25m 50m의 스티로폼 방음벽이 준비중이다. 별 다른 세트도 없는 야외 무대니 만큼, 조명 음향 등 연극적 장치의 역할은 더욱 크다. 광주를 조여들던 압박감을 효과적으로 재현해 내기 위해서다. 짐작으로만 외부 상황을 인식해야 하는 시민의 불안은 무대 안팎을 둘러싸고 크게 작게 움직이는 조명으로 표현된다.

창 바로 옆까지 다가오는 어지러운 조명은 ‘그 때, 그 곳’이 자아내는 현장감과 맞물려, 그대로 현실이 된다. 그러나 실제 진압군은 무대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윤교수는 “역사적 현장의 직접성이 일반 극장 무대에서의 환상(일루션)을 충분히 대체한다”며 “극장 개념의 확대”라고 이번 무대를 압축했다.

12-13일 광주비엔날레 야외무대 초연을 마친 이 작품은 18-21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악관 앞 가설무대에서도 올려진다. (02)762-001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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