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효신(19)이 팝을 처음 들은 것은 고2때 루더 반데로스 음반을 통해서였다. “그 전에는 전혀 팝을 듣지 않았어요. 형이 마이클 볼튼 음반을 사오면 싫어했었죠. 왜 그런 걸 사느냐고. 그런데 팝 음악도 한 번 듣기 시작하니까 들을 것이 많더라구요.” 그가 제 마음대로 노래를 골라 듣기 시작할 때는 김건모 서태지 신승훈 등이 펼쳐내던 한국 가요의 전성기였다. 철저한 ‘가요 키드’이다.지난 주 이소라와 듀엣곡 녹음을 마쳤다. 프로듀서인 김현철이 곡을 쓴 경쾌한 발라드 듀엣곡 ‘롤링(가제)’의 녹음을 마쳤더니 김현철이 “노래 잘 한다”며 칭찬을 했다. 누군가 칭찬을 하면 그게 마냥 기쁘고 좋은 나이다.
그러나 노래를 소화하는 기교나 매력은 도저히 이제 고교를 졸업한 지 몇날 지나지 않은 앳된 청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제2의 임재범’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파워면에서는 임재범과 비슷하지만 그 보다는 덜 위압적이다. 김현식의 센 소리가 있는 듯 하면, 강산에의 비음이 섞인 매력적 컬러도 있다. 김현성의 여린 발라드와 임재범의 초강력 보컬, 그 중간쯤이 그의 위치인 것 같다. 보컬 자체에 감성이 풍부해 그냥 노래를 불러도 기교를 부린 듯이 들린다.
“노래로만 들으면 모두들 제가 20대 후반쯤 된 줄 아세요.” 좁고 갸름한 얼굴, 조금 부정확한 우리말 억양. 레슨을 제대로 받은 적도, 팝을 따라 배운 적도 없다. 굳이 뭔가 이유를 따져 본다면 젊어 가수생활을 하며 음반 한 장을 냈던 아버지로부터 받은 선천적인 노래 실력일까. 고척고 1년이던 1996년부터 ‘부천 청소년 가요제’ ‘YMCA청소년 가요제(부천)’, ‘제물포 가요제’ 등에 참가, 대상을 휩쓸었다. 제작자 눈에 띄어 스카웃돼 지난 1월 음반을 냈다. 입소문이 퍼져 벌써 4만여장의 음반이 팔렸다.
적절히 가성까지도 조절할 줄 아는 그의 기교 넘치는 보컬이 매력적인 타이틀 곡 ‘해 줄 수 없는 일(윤사라 작사·신재홍 작곡)’은 물론, 록반주에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바보(조우진 작사·작곡)’도 반응이 좋다. R&B가수 박화요비와 부른 ‘애써(조우진 작사·작곡)’도 나이 어린 두 남녀 보컬의 조화가 들을 만하다. 전반적으로는 R&B 스타일의 발라드 곡이 많지만 ‘스토킹’ 같은 펑키 리듬의 빠른 곡들도 섞여 있다.
노래에 따라 보컬을 전면으로 내세우기도, 약간 물러서기도 할 줄 아는 능력은 아직은 좀 부족하다. 감정이 너무 살아있는 것도 약간 흠이다. 그러나 ‘숙성’과정을 거친다면 우리 가요계에 선이 굵은 남자 ‘가수’가 나오게 생겼다. 벌써 그는 4월 3-11일 장충체육관 무대에 올릴 ‘록 햄릿’의 타이틀롤을 따냈고, 18일 정동문화회관에서 결식아동돕기 라이브 공연을 준비중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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