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사 5000년을 420 쪽으로 압축한 명저이다. 쉽고 간결하되, 넓고 깊다. 원시사회부터 20세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다뤘다. 방대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일관성을 잃지 않고 명쾌하고 예리하다.제목 그대로 그림·화보·사진 등 시각자료가 풍부해 읽는 즐거움 못지않게 보는 기쁨이 크다. 중국과 미국에서 1995년 동시출간된 원서의 그림자료는 600 컷에 이른다. 번역본은 거기서 많은 컷을 뺐지만, 어디를 펼쳐도 아름답고 화려한 그림자료를 만날 수 있다.
좀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예컨대 중국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최초의 시인 굴원(屈原. 기원전 약 340-)과 그의 ‘초사(楚辭)’에 대한 서술은 겨우 5쪽에 그치고 싯귀 인용 한 줄 없다. 굴원과 초사만 갖고도 여러 권의 책과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인데, 하물며 중국문학사 5000년을 단 한 권에 담았음에랴. 그런 상세함까지 요구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언급된 작가와 작품을 찾아 읽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당장 그러고 싶어진다.
장대한 역사적 흐름을 객관적인 평가와 엄밀한 시각으로 엮어낸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이를테면 20세기 문화혁명 기간에 문인들이 겪은 수난과 그들의 꺾이지 않은 문학정신을 설명한 대목은 감동적이다.
현대 중국문학의 큰 스승 삥신(빙心. 1900-99), 당대 최고의 전문가인 뚱나이삔(董乃빈.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부소장)과 쳰리췬(錢理群.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이 공동집필하고, 김태만(한국해양대 교수) 외 3인의 중문학자가 우리말로 옮겼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