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업의 독특한 가족주의 경영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 가족 중심 경영이 최근 인터넷과 정보통신 등으로 인한 산업기반의 급속한 변화 물결에 제대로 적응 못하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이탈리아의 자존심인 자동차 제조업체 피아트. 유럽언론들은 13일 피아트가 마침내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와 제휴관계를 맺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M&A)의 바람속에서도 독자생존을 고집해온 피아트의 제휴결정은 이탈리아의 가족경영 전통이 종말을 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평가했다.
GM의 제시조건은 GM이 피아트 지분의 20%(24억달러)를 인수하는 대신 피아트는 GM 지분의 5%(24억달러)를 넘겨받아 GM 최대주주의 하나가 된다는 일종의 동업자 관계이다. 피아트는 1998년 서유럽시장 점유율이 11%로 하락하는 등 신각난 경영난이 지속돼 왔다.
사실 가족주의 경영의 붕괴 조짐은 이미 중소기업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기업중 70%가 고용인 100명이하의 중소기업으로 이중 상당수가 가족을 중심으로 경영돼 왔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인터넷 산업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으면서 사업의 인터넷접목과 자본유치를 위한 기업공개 등 변신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비토리오가(家)가 소유해온 출판업체 ILTE는 최근 아예 ‘ILTE.NET’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을 선언했다. 북부의 의료기, 담배제조기계 등 세계적인 명성의 가족경영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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