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당선자에게 판돈을 거는 이른바 ‘선거도박’이 장난 수준을 넘어섰다. 베팅 액수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가 하면 오로지 판돈이 걸린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운동까지 만연, 선거도박 자체가 판세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내기꾼들의 ‘찍기’는 곧 선거의 당락을 가늠할 정도로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즉 내기꾼들은 후보자들의 당이나 정책, 인물에 대한 선호도 보다는 판돈을 건 후보의 당선에만 관심이 있으며 이를 위해 친구나 친지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에까지 나서고 있다.
심지어 도박사들이 분석하는 시시 각각의 ‘도박판 판세’가 현지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플즈 데일리 뉴스는 “도박사들은 민진당의 천수이볜(49·陳水扁)후보를 찍었다”고 보도한 반면 차이나 타임스는 “인구 밀집 지역인 북부지역의 도박사들이 집권 국민당의 롄잔(63·連戰)후보에게 거액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또 유나이티드 데일리 뉴스는“많은 사람들이 무소속의 쑹추위(58·宋楚瑜)후보에게 돈을 걸었다”고 보도, 총통 선거가 그야말로 ‘경마전’을 방불케하고 있다.
특히 지하 도박판에서는 천문학적인 베팅이 오가기도 해 일부 지역에서는 판돈이 1억 대만달러(약 330만달러)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선거 도박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열기는 중국인의 최대 기호인 ‘마작’의 인기를 넘어설 정도다.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져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내기가 이루어 지기도 한다. 예컨대 ‘Sex On Go’라는 웹사이트에는 나체 여성사진과 함께 총통선거 후보자들을 소개해 놓고 판돈을 걸도록 하고 있다.
또 대만 국내인 뿐만 아니라 해외 친지들까지 간접 베팅 방식으로 내기에 동참하고 있어 대만 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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