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에게 붙잡혀 망망대해를 헤맨 보름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의 연속이었다.”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에 납치되었다가 사경(死境)에서 풀려나 구출된 글로벌마스 호의 한국인 선원들이 털어놓은 생환담이다. 이 처절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지금이 19세기인가”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동남아 해역은 지금 해적들의 약탈장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말라카해협을 사이에 두고 인도양 일대와 남지나해역에서 연간 160건 정도의 해적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다행히 글로벌마스호 선원들은 목숨만은 구했지만, 2년전 말라카해협에서 해적에게 납치된 텐유호의 한국인 선장 신영주씨 등 선원 10여명은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상태이다.
우리는 이제 동남아 주변국들이 더 이상 해적행위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해적행위 자체가 야만적인 범죄행위로서 아시아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데도 이를 막지 못한다는 것은 아시아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작년도 전세계 해적발생건수 280여건 중 160건 정도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적 공포해역의 악명뿐 아니라 역내통상의 안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해적행위가 날로 대규모화하는 점이다. 글로벌마스호를 공격한 해적들은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했다고 한다. 과거 칼과 같은 무기로 선원을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아 가던 해적행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해적들은 선박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여 공격할 정도로 ‘정보화’와 ‘중무장화’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동남아 해역의 안전은 우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다. 국적선뿐 아니라 외국선적의 상선에 승선하고 있는 한국인 선원은 약 1만2,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동남아해역이 해적의 소굴로 있는 한 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가 없다. 텐유호 사건과 글로벌마스호 사건이 그 본보기다.
이런 위험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관심은 고작 관련부처 수준의 논의와 국제회의 참석을 홍보하는 정도에 머무는 인상을 준다. 해적문제는 결코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마침 3월말 일본에서 해적대책 국제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해적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그래서 국제적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해운력은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7위라고 한다. 글로벌 사회는 물류와 인적교류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이번만은 정부가 해적대책에 뚜렷한 성과를 이루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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