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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老不死의 꿈 '간세포'로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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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老不死의 꿈 '간세포'로 이룬다

입력
2000.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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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모든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최근 간세포(幹細胞) 연구는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배아 간세포 연구를 10대 과학업적 중 하나로 꼽았을 정도다. 지난달 일본 과학기술위원회가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하자는 건의문을 발표한 것도 화제다. 간세포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왜일까.■평생 죽지 않는 세포

꼬리가 잘린 도마뱀은 꼬리를 다시 만든다. 사람은 사고로 잘린 팔이나 다리를 자라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의 세포 역시 죽을 때까지 분열하고 재생된다. 피부를 한번 긁으면 수십만개의 세포가 떨어져 나가는데 곧 새로운 세포가 자리를 메운다. 새로운 피부세포는 어디서 오는 걸까. 바로 기저층의 간세포다. 사람이 죽을 때까지 분열을 거듭하며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세포, 이것이 간세포다.

‘불사의 세포’가 갖는 잠재력은 무한하다. 예컨대 뇌 신경세포가 손상된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신경 간세포를 주입하면 뇌세포가 재생되며, 당뇨병 환자에게 췌장 간세포를 주입하면 평생 인슐린주사를 맞아야 하는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 장기이식 순서를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움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원자력병원 생체조직재생연구실 박현숙박사는 “피부나 연골이 체외 조직배양이 쉽다고 알려져 있는데 핵심은 간세포 확보에 달려있다. 간세포가 포함된 기저층이 아닌 상피세포만 배양시키면 곧 죽은 조직이 된다”며 “2002년쯤 피부를 체외에서 배양, 화상환자에 이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조직도 만드는 만능세포

간세포는 크게 배아 간세포(Embryonic stem cell)와 성체 간세포(Adult stem cell) 두가지다. 성체 간세포는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가 혈액을 만들어내듯 조직·기관에 따라 제각각 간세포가 따로 나뉘어져 있지만 배아 간세포는 어떤 세포든 만들 수 있는 ‘만능세포’다.

배아 간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뒤 자궁에 착상되기 직전 포배기의 동물극부분(Inner cell mass라고 불리는 곳)에 있다. 포배기를 지나면 세포들은 평생의 운명이 갈린다. 최근 일본 연구팀에 의해 배아 간세포의 대량배양이 시도되고 있으며 분화를 조절하는 인자가 밝혀진다면 간세포는 인간만 못 만들뿐 인간의 모든 부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간세포 분화로 윤리논쟁 종식

그러나 배아 간세포는 윤리적 문제가 큰 난관이다. 온전한 사람을 탄생시킬 수도 있는 배아를 치료용으로 소모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연구의 전기를 불러온 것은 성체 간세포의 분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점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국립신경연구소팀이 신경 간세포에서 신경이 아니라 혈액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는 등 성체 간세포가 생각보다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설이 새롭게 대두됐다.

성체에서 피부, 신경, 내장 등에는 이를 만드는 간세포가 깊숙이 숨겨져 있다. 성체 간세포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 분열을 거듭, 딸세포 중 하나는 간세포로 남고 나머지는 부여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로 분화한다. 이러한 간세포를 자유자재로 분화시킬 수 있다면 윤리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배아 간세포를 쓸 필요가 없게 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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