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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융합과학의 시대] (8) 연구실의 장벽을 허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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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융합과학의 시대] (8) 연구실의 장벽을 허물자

입력
2000.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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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융합과학의 시대’를 취재하면서 만난 연구자들은 흥미로운 경력의 소유자가 많았다. 생물분자칩을 연구중인 최정우(서강대 화학과)교수는 화학공학과 생물학을 공부하고 IBM 미쓰비시 등 외국의 전자업체에서 칩에 대한 기초를 다졌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김대식(미국 미네소타주립대)교수는 심리학, 컴퓨터공학을 거쳐 신경생물학에 귀착했다. 이경민(서울대 의대)교수는 의학박사가 아닌 이학박사(인지신경과학)다. 최무영(서울대 물리학과)교수는 “통계물리가 교통의 흐름과 혁명의 발발과 외판원의 경로를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학문적 경계에 선 이들은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과학의 각 분야, 과학과 기술이 융합하고 있는 연구 추세는 대세라고 할만하다. 하나의 학문분야가 전문화 세분화하면서 한계에 부닥치면 다른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든 분야를 섭렵하는 르네상스식 과학자는 이 시대에 탄생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 즉 학문의 각 분야가 깊어질 만큼 깊어진 21세기에 한 사람이 여러 분야의 박사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각각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을 어떻게 네트워킹하느냐 하는 제도적 문제인데 이것이 우리나라 연구풍토에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각종 연구비지원은 애초부터 분야별로 나뉘어 신청접수를 받는다. 학과간 공동연구의 경우 다른 분야로 떠넘겨지기가 일쑤다. 대학의 학과 과정은 서로 무관하다고 할 정도로 장벽이 높다. 한 연구자는 “기업연구소의 경우 소장이 생물학과 출신이면 화학 전공자는 아예 뽑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경민교수는 “그저 여러분야의 연구자들이 만난다고 해서 성과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학과간 협동과정, 또는 협동연구소를 세우고 예산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연구지원제도의 개선을 지적했다. 김대식교수는 “모든 분야를 모아놓은 식의 공동연구보다는 하나의 주제로 통합되는 각 분야의 공동연구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노벨상 후보로 자주 꼽히는 이서구(미 국립보건원)박사는 “옆 방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 연구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벽을 없애는 것, 이것이 우리 연구계가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원기자

입력시간 2000/03/1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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