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부모이다. 연속극도 자주 보는 아줌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그녀를 소녀라고 부른다. 변치않는 귀여운 외양과 변함없는 자세에서 풍기는 이미지때문이다.1984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입상한 이후 16년간 무대만을 고집하며 노래를 부른 가수, 이선희(36). 그녀가 새봄 무대를 벗어나 일탈을 시도한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다. 의외다. 그것도 시트콤에 가까운 MBC 시추에이션 드라마‘깁스 가족’(최성실 극본, 이관희연출·금요일 방송)에서 웃기는 모창가수역을 맡는다. 노래 부르다 넘어져 다쳐 정형외과에 입원한 조울증이 있는 3류가수 ‘이선휘’라는 캐릭터다. 1991년 시의원 진출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정치 진출이 타의였다면 연기하는 것은 자의였다는 점이 차이다.
공연도 연기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드라마로의 외출을 도왔다. 과장하거나 부자연스런 공연 자세를 보이는 것도 고치고 싶었다. 또한 또아리 속에서만 안주하는 자신의 삶의 자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거기에 우연히 만난 이관희PD의 ‘모든 가수는 연기할 수 있다’라는 말에 일을 저질렀다.
그녀는 일상과 경험,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아픔을 노래에 농축시켜낼 줄 안다. 무관하게 보이는 정치도 이번에 하게 되는 연기도 그녀의 본업인 노래에 스며들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느끼고 싶고 소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연기자중 정우성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김혜수의 연기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선희, 그녀는 항상 우리에게 양 극단으로 다가오는 여자이다. 귀엽고 차분한 외모와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노래 부르는 열정, 한없이 여리게 보이면서도 이혼 등 역경을 극복해낼때 보여준 당찬 행동, 못 생긴 다리(?)때문에 치마를 못 입는 수줍음,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연출자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직선같은 성격과 어려운 사람을 보면 외면하지 못하는 곡선같이 부드러운 태도 등등.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극단적 태도가 그녀의 작은 몸에 스며들어 ‘국민가수 이선희’라는 거인을 만든다.
그래서 일반 팬 뿐만 아니라 이금희, 최유라 등 ‘뚝클럽’(팔뚝 굵은 여자 연예인 모임) 회원들이 10년 넘는 긴 세월동안 그녀 주위를 떠나지 않고 그녀를 지키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24일부터 매주 금요일 탤런트로 나서는 이선희. 15일부터 4월 5일까지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콘서트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그녀의 일탈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지 궁금하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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