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영등포봉사관 기동봉사대“아이들에게 단 하루라도 맘껏 햇빛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새벽까지의 운전으로 잠이 부족해 얼굴은 푸석거렸지만 표정은 마냥 즐겁고 편안했다. 택시기사들의 봉사모임인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영등포봉사관 기동봉사대’는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동의 장애인복지시설‘브니엘의 집’과‘더브러집’에 사는 장애아 6명의 손을 잡고 롯데월드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이 생업의 현장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1998년 6월. 조기축구 모임을 하던 운전사 20여명이 좀더 뜻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응급환자수송을 하는 ‘129구급대’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회장 김병돈(金炳敦·55)씨는 전한다.
기동봉사대원이 되면 연중 2회인 장애아들의 바깥 나들이는 기본. 여가가 나면 양로원과 장애인 수용시설로, 재해가 터지면 구난 현장으로 달려간다. 지난해 여름 회원들은 비번날 돌아가며 구호품을 싣고 수해지역인 문산, 철원으로 차를 몰았고 그해 가을에는 철원의 장애아 수용시설 ‘문예원’을 위문방문했다. 물론 평소에도 이들은 무선으로 연락하며 택시타기 힘든 노인이나 장애인들의 통원 등을 책임진다.
특히 이 모임의 봉사부장인 이해중(李海仲·39)씨는 1998년부터 1년반동안 매일같이 ‘브니엘의 집’장애아 박세희(9)군을 대방동 보라매병원 장애인복지관까지 통원시켰다. “처음 봤을때 말도 못하고 사람을 보면 울기만 하던 세희가 이제는 힘겹게나마 걸음도 한 두발짝 걷는 것이 기쁨”이라는 이씨는 힘들다는 말 대신 “세희 덕분에 사람사는 법을 알게됐다”고 말할 정도이다.
회원들의 월회비 1만원으로 활동비를 마련하는데, 봉사대 회장 김씨는 한달 회비 30만원이 빠듯하다싶어, 주변의 택시기사 100명을 문래동의 한 가스주유소에 소개해준 수고비로 받아 봉사 활동비를 보충한다.
장애아들의 나들이를 시킬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정작 그 부모들의 반대라고 말하는 이들은 “장애아들을 향한 사회의 삐딱한 시선들이 사라졌으면”하는 것이 유일한 바램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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