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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선거가 정경유착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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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선거가 정경유착 부른다

입력
2000.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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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나서는 출마자들이 기업체에 손벌리는 행태가 극심하다는 소식이다. 어느 정도 짐작되기는 했지만, 실제 보도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치인들의 변함 없는 모습은 한숨이 터져나오게 한다. 그동안 정치권이 떠들어온 선거자금제도 개선이니, 돈 안드는 선거니 하는 구호와 몸짓들이 얼마나 위선적이었던가를 새삼 절감한다.보도(본지 3월11일자)에 따르면 재벌그룹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도 총선 후보들에게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자금을 비롯해 물품 인력 등의 지원요청을 받아 그 처리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한다. 어떤 중소기업은 고교동문, 종친회, 공장소재지 등의 연고로 지원 요청을 해온 총선후보자가 22명이나 된다고 하니 “선거철 파리떼”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후보들이 기업의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도, 불법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사업 인허가권에 대한 압력행사 등 정경유착의 미끼를 던지는 것은 그나마 ‘양반’축에 든다. 어떤 후보들은 기업의 약점을 잡아 노골적으로 돈을 뜯어내는‘깡패짓’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내용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는 재계의 개혁이 우리 경제의 살길이라고 외치면서 안으로는 기업에 정치유착을 강요하고 있는 게 바로 일부 총선후보의 일그러진 도덕의 현주소인 것이다.

한편에선 일부 기업의 이중적인 태도가 정치권의 돈선거와 뒷거래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 더욱 개탄스럽다. 말로는 후보들의 등쌀에 못살겠다고 하면서 막후에서는 실세후보들에게 거액의 ‘보험료’를 자진납부하기 위해 줄을 서는, 여전한 해바라기성 행태가 그것이다.

이번 선거전의 분위기가 이러하다 보니, 과거 선거 때 확인된 것처럼 정부당국자들이 나서서 선거자금을 기업에 할당하는 작태가 혹시라도 재연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하는 우려마저 국민들은 물리치기 어려운 것이다.

선거를 매개로 정치인과 기업인이 유착하는 타락 선거풍토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이런 풍토가 가져올 사회적 영향과 결과다. 올해는 지난 2년여간 추진해온 경제개혁과 국가구조조정의 매듭을 지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거시적 안목에서 원칙과 제도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하며, 기업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자금을 더욱 집중해야 할 때다. ‘돈선거’를 계기로 검은 정경유착의 고리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되면, 개혁의 추진력과 방향은 근본부터 왜곡되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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