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한것 4제1.과반수 정당 없다
4·13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4당체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제1당이 전체 의석(273석)의 과반수인 137석을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137석을 얻으려면 227개 지역구 중에서 114석 이상을 건져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호남(전체 29석)에서 거의 싹쓸이를 하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전체 97석)에서 60%이상 차지하는 선전을 하더라도 지역구 114석을 차지하기는 어렵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도 영남(전체 65석)에서 55석 이상 얻고 수도권에서 절반 가량을 가져가더라도 과반수를 확보하기가 힘들다. 자민련, 민국당, 무소속 등 ‘제3섹터‘가 차지하는 의석이 적어도 50석 가량은 될 것이라는 점도 과반수 정당출현을 원천적으로 힘들게 하고 있다.
2. 텃밭은 철옹성
불행히도 새천년을 맞아 처음 치러지는 총선에서도 여야 3당의 텃밭 구도는 기본틀을 유지할 것 같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호남에서,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자민련은 충청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지역감정 부추기기와 함께 무너지지 않는 지역할거구도는 여전히 총선의 상수가 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지역구도가 완화할지 아니면 심화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하지만 지역구도와 관련한 변수들이 남아있다. 우선 영남권에서 민국당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지, 충청권에서 이인제선대위원장을 앞세운 민주당이 자민련 의석을 얼마 만큼 삭감할 지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중량급 인사들이 민주당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3. 중진들의 고전
‘혼쭐나는 중진들’도 이번 선거의 뚜렷한 흐름. 중진 정치인들과 이른바 386 신진세대가 맞붙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합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386세대의 인기는 파도처럼 출렁거리지만, 기조는 꾸준한 상승곡세를 타며 중진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
이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때보다 커 유권자들의 ‘바꿔’욕구가 높기 때문. 경쟁력 있는 새 얼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좋은 기회인 셈이다. 민주당의 임종석(任鍾晳)전 전대협의장은 서울 성동에서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의원과, 이인영(李仁榮)당 청년위원장은 구로갑에서 한나라당 김기배(金基培)전의원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5선의 한나라당 김영구(金榮龜)의원은 동대문을에서 허인회(許仁會)후보에게, 민주당 박범진(朴範珍)의원은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후보에게 위협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4. 수도권서 접전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대접전이 벌어질 것이란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강(兩强)구도에 ‘민국당 변수’가 돌출하면서 백중 우세 또는 백중 열세로 분류되던 상당수 지역이 안개 판세로 빠져들었다. 여기에 현역의원 12명을 출전시킨 자민련이 현역 지역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 3파전의 기세싸움이 팽팽하다. 97개 선거구중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곳만 30-40곳에 달할 정도다.
수백-수천표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경합 지역에서는 영남표의 결집여부와 충청표의 향배가 향후 판세를 좌우할 관건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인천의 경우 유권자의 27%에 달하는 충청출신 표가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가 당락을 가를 전망된다.
■ 불확실한것 3제
1. 원내 1당은 누구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나, 비례대표를 포함해 120석 정도를 얻는 당이 원내 제 1당이 될 개연성이 높다.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이 각기 텃밭 수성에 성공할 전망이어서, 승패의 관건은 결국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 지역의 표심 흐름에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엄살을 떨고 있지만 내심 수도권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선거구도 자체가 자신들에 크게 유리한 까닭이다. 한나라당은 무슨 수를 쓰든 민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마땅한 반전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야 3당이 치고받는 양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경우 중부권 싸움은 의외로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이 남은 기간 부동층으로 빠진 친(親)야권표를 어느정도 복구하느냐에 박빙승부의 초점이 있다.
2. 민국당바람 어디까지
민국당이 존재 근거로 삼고 있는 부산·경남(PK) 지역에서부터 바람이 잦아들고 있다.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제기했던 ‘잊지말자 이인제 교훈’이 상당부분 먹혀든 덕분이다. PK에 비해 처음부터 민국당에 훨씬 부정적이었던 대구·경북 지역에선 민국당 바람이 소멸 직전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정작 문제는 영남본토가 아니라 수도권의 영남 출신 유권자들에 미친 파급효과다. 민국당 출현과 맞물려 부동층으로 빠졌던 상당수의 수도권 영남표가 한나라당으로 회귀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은 이중의 타격을 입게 된다. 2,000-3,000표에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선거에서 민국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성향의 표를 뺏아갈 경우 작은 바람이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3. 정책대결 가능할까
후보 개인의 정책 대결은 어차피 기대난망이란 게 중론이다. 특히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각 후보가 내세우는 구호가 지역정서와 맞물리며 원색적으로 흐르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중앙당 차원의 정책대결 역시 대단히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여당은 정부 치적 홍보에, 야당은 실정 비판에 포인트를 둘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예산과 집행력을 앞세운 여당의 선심 공약 무기 사용과, 정책의 허와 실을 꼬집으며 일부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의 반격 정도가 고전적 의미의 정책 대결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다. 한나라당이 4·13 총선을 ‘현 정권 실정 심판’으로 규정한 게 정책대결 강화에 한몫을 했다면 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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