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한달 앞두고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각 선거구에서는 막대한 금품과 인원을 동원한 불법·타락 선거운동이 판을 치고 있다. 또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탈법·편법 선거운동도 점점 지능화해 선관위 등의 단속활동을 비웃으며 번질대로 번진 상태다. 여야 각 후보 진영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엔 단속이 한층 강화되는 만큼 돈을 뿌리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무차별 인원 동원과 구전홍보
하루에도 15차례 이상 매일 개최되는 여야의 지구당 개편대회에는 보통 3,000~4,000명 이상이 참석하고 있다. 이중 ‘일반 청중’동원에 따른 ‘금전 수수’도 엄청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구당 개편대회에는 한정된 초청인사 외에는 당원만이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청중의 당원자격 여부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선관위측과 주최측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당을 주고 수십-수백명씩의 ‘구전홍보팀’을 만들어 자신의 홍보 및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저인망식으로 살포하는 경우가 급속히 늘고 있다. 보통 2만-3만원 이상의 일당을 받고 3-4명이 한 조를 이루는 ‘구전홍보팀’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나 찾아가 ‘팀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신종 수법 및 관권선거 시비
수도권 등 여야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서는 상대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 및 상대후보측 선거요원을 경쟁적으로 빼돌리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 지방선거 공천 보장이나 금전 등 모종의 ‘뒷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또 서울 동부지역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디오물을 은밀히 방영하고 바로 다음 집으로 옮기는 ‘메뚜기식’탈법도 자행되고 있다.
현역의원과 달리 의정보고회를 못하는 신진인사들의 경우, 자기 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홍보물에 얼굴을 내미는 ‘깜짝 쇼’도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지역행사에 지방자치단체장을 대동하고 참석하거나 지구당 개편대회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참석, 교묘하게 지지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어 관권 및 역관권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품동원한 돈선거
현역의원들에만 허용되는 의정보고회는 대개 집을 옮겨 다니며 ‘사랑방좌담회’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각종 불·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 선거법에 별도의 규제가 명문화해 있지 않은 것을 기화로 도에 넘치는 향응이 제공되는가 하면 모집책을 통해 ‘돈봉투’가 살포되고 있다는 얘기도 경기 및 충청지역 등 현장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식당을 정해 놓고 음식을 ‘공짜’로 대접하는 사례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여전히 가장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서울 북서지역의 한 선거구에서는 여야 후보가 모두 상대방을 겨냥해 “동마다 지정 식당을 정해 놓은 뒤 식사를 하고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어 놓으면 나중에 대리인이 와서 계산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유령단체를 만들어 각종 친목회나 무의탁 시설에 금품을 제공한 뒤 은근히 특정 후보를 부각시키는 방법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수법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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