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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서 구조까지 '악몽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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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서 구조까지 '악몽16일'

입력
2000.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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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2월23일 밤11시30분 선원들이 잠든 상태에서 말라카해협을 저속항해하고 있던 중 복면을 한 해적 12명이 고속보트로 접근, 배에 뛰어올랐다.

전원 수류탄과 기관단총으로 중무장한 해적들은 선원들을 모두 깨워 선실 목욕탕으로 몰아넣었다. 곧이어 또다른 고속보트로 도착한 30여명의 해적이 합류했다.

해적 40여명은 선원들을 윙브리지로 옮겨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수갑을 채웠고 선장 이흥석(48)씨의 목에는 밧줄을 걸었다. 선원들의 소지품과 현금, 옷가지 등은 모두 해적에게 넘겨졌다.

■소형선박에 감금

해적들은 이튿날인 24일 오전 9시께 선원들의 눈을 천으로 가린 뒤 10톤 가량의 소형어선에 옮겨 태웠다. 선원들은 ‘즉결처분’되는 줄 알고 공포에 떨었으나 다행히 해적들은 선원들을 어창에 4-5명씩 나눠 감금했다.

3-4시간 지나 해적들이 눈가리개를 풀어줬을 때 글로벌마스호는 이미 시야에 없었다. 중무장한 해적 9명이 배 안에서 감시의 눈초리를 번득이는 동안 주변에는 같은 일당으로 보이는 어선 1척이 계속 맴돌았다. 선원들은 배에서 하루 2끼의 식사를 제공받았으나 대부분이 공포에 질려 거의 먹지 못했다.

■석방 및 표류

2주일쯤 지난 이달 7일 밤10시께 해적들은 선원들을 조각배 크기의 1톤짜리 어선으로 옮겨 태운 뒤 약간의 물과 기름을 주며 망망대해로 풀어보냈다. 배는 인도배로 표시돼 있었으며 엔진은 중국제로 경운기엔진 수준이었다.

선원들은 파도에 가랑잎처럼 흔들리는 배에서 눈한번 제대로 붙여보지 못한 채 계속 물을 퍼내며 무조건 동쪽으로 배를 몰았다. 아무런 항해장비가 없는 탓에 해뜨고 해지는 방향이 유일한 ‘나침반’구실을 했다.

■구조 및 생환

파도 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기약없이 표류한 지 사흘째인 9일 밤 탈진한 선원들의 시야에 멀리 태국어선의 불빛이 들어왔다. ‘놓치면 죽는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배를 몰아간 선원들은 간신히 태국어선에 밧줄을 걸었다.

태국어선의 뒤꽁무니에 매달려 꼬박 하루를 더 항해한 선원들은 10일 오후 태국 푸켓 인근 섬에 도착, 마침내 악몽과 같은 16일간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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