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 세계가 폭력과 협박, 절도, 사기, 뒷거래와 뇌물 등 온갖 추악한 범죄로 물들고 있다.청소년들 사이에 한창 인기를 끌고있는 영토빼앗기 게임 ‘리니지(Lineage)’의 경우, 캐릭터와 무기 등을 둘러싼 해킹과 절도,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김모(16·서울 S고 1년)군은 지난달 9일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 게임상대의 컴퓨터에 들어가 보호망토와 사각방패 등을 상습적으로 훔치다 10일 서울 북부경찰서에 붙잡혔다. 김군은 훔친 무기를 뒷거래 시장에서 수십만원을 받고 팔아 넘기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희귀한 무기인 ‘구양검’을 보유한 고모(29)씨는 얼마전 “150만원 이상을 줄테니 팔라”는 요구를 거절하다 해킹을 당해 무기와 ID를 몽땅 잃었다.
지난해 11월 신촌의 한 PC게임방에서는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10여명이 대학생 송모(23)씨에게 “너 때문에 내 아이템을 모두 잃었다”며 집단 폭행한 뒤 200만원 어치의 무기와 아이템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도 일어났다.
30억원대의 ‘시장’까지 형성돼있는 전리품 거래사이트에는 사기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대학생 이모(25)씨는 얼마전 리니지 동호회 사이트에서 ‘보유한 아이템을 팔겠다’는 글을 보고 게임ID와 비밀번호를 100만원에 넘겨 받았지만 상대방이 비밀번호를 바꿔 버려 돈만 날렸다.
이 때문에 리니지게임 개발업체인 NC소프트에는 ‘사기를 당했으니 책임져라’는 메일이 하루에도 수백통씩 날아들고 있다. 서울 강남역 부근 게임방 업주 K씨는 “잇따른 주먹다짐과 협박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다 고민끝에 최근 리니지게임을 PC에서 완전 삭제했다”며 “가상게임 세계가 현실보다 더 추악하게 물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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