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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의 실제] 3월18일자 주제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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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의 실제] 3월18일자 주제당선자

입력
2000.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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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허소영안동의 하회 탈춤 축제, 봉화의 송이 축제, 청도의 소싸움 대회…. 이와 같이 근래에 들어 각 지역들은 고장의 특산품과 전통 등을 문화 상품으로 개발하여 선전,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성이 결여된 지방문화는 상품으로서의 성장만을 추구하고, 중앙 집중형의 사회 구조 또한 잔존하고 있어 지방이 경쟁의 새로운 주체가 되어야 할 탈근대 문명의 도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문화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여 새로운 문화 창조에 이바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는 그 사회의 생활 양식이다. 즉, 지방 문화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축적된 지역 사회의 총체적 생활 양식을 뜻한다. 따라서 지방 문화는 각 지역의 다양한 지리적, 인문적 환경에 따라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여 지역을 경계짓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지방 문화가 모여 한 국가의 문화를 이룬다. 생태계에서 먹이 그물의 관계가 복잡해야 생태계 파괴의 위험이 적듯이, 문화 역시 지방의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한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될 때 문화 종속에서 벗어나 주체적 문화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국가의 경계가 사라진 세계화 시대에는 지방 분권에 의한 자치를 통해 문화적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여기에 지방 문화의 중요성이 있다. 60년대 이후 압축적인 근대화 과정을 겪은 우리 나라는 전근대, 근대, 탈근대적 요소가 혼합된 인문적 지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한 국가 중심의 중앙 집중형 구조는 날로 복잡, 다양해지는 사회 문제들과 정보에 유용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따라서 탈근대 사회에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로 지방의 분권화가 이뤄졌다. 지방 자치의 정착을 위해서는 주민 개개인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방 문화의 올바른 정립이 전제되어야 민주주의의 실현으로서 지방 중심의 정치, 경제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방 문화의 창출 및 정립 방향은 무엇일까? 지방 문화는 지역 주민들의 자치성과 공동체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상업적인 대중 문화를 배제하는 한편, 도시적 삶이 야기할 수 있는 소외감이나 고독을 덜 수 있도록 문화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율적으로 지역의 전통을 변형,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전지구의 공동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즈음, 종래의 국가에 기반한 문화의 개념은 사라지고, 독창적이고 고유한 지방의 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우리의 전통을 재해석, 발전시켜 국제적 교류가 가능한 퓨전문화를 형성함에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리, 지역 주민의 참여만이 주체적 지방 문화를 형성하는 길이요, 고유의 지방 문화만이 21세기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우수1 김용현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지역이란 행정상 경계를 무너뜨렸다. 다른 지역 문화의 유입은 한 지방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문화를 이질화시켰고, 심지어는 사라지게도 했다. 그리하여 이제 지역성이란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호한 개념이 돼버리고 말았다. 그 지역의 색깔과 한 나라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지방 문화란 무엇이며,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보자.

한 지역의 독특한 성격을 지닌 생활 양식을 지방 문화라고 말한다. 안동의 별신굿, 전라도의 강강술래 같은 놀이를 비롯해, 그 지역 사람들의 성격이나 행동 성향도 그 범주에 속한다.

서구의 미래학자 드러커는 지역 문화를 풍부하게 가꾸어 더욱 종족화(種族化)된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지역의 고유성을 무시한 채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공허한 모방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방 문화 속에는 조상들의 얼과 숨결이 녹아 있다. 거기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역사 대처 방식을 살필 수 있으며, 현재에 계승된 지역 문화 유산은 현대 사회의 제문제에 대한 해결 지침이 될 수 있다. 도태되는 집단에서 개인들의 원동력은 그 집단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듯이, 지방 문화는 그 나라 전체의 이미지를 창조하며, 역사 발전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역 문화의 독자성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자신의 향토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에 편향한 정부 주도의 문화 이식이든 다른 나라에 의한 비공식적 침투이든, 자신의 지역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면 지역 문화는 그 위치가 확고해질 것이며 사회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양분을 흡수하고 커다란 기둥을 안정적으로 지탱시켜 주는 뿌리가 있는 나무라야 가히 재목(才木)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지방 문화도 그 고유한 가치 속의 양분을 우리나라 문화에 공급하여 사회 발전의 기초를 이루는 그런 뿌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수2 이지영

유행을 따라가는 거리의 사람들은 대개 전통 문화를 된장 냄새가 나는 구시대의 산물로 생각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외래 문화가 의식주의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 명절 때쯤이나 미디어에서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의 일부를 잠시 접할 뿐이다. 도시적이고 외래풍 일색이 전 국토를 지배하고 나아가 이 풍조는 세계 보편을 지향한다. 그래서 속속들이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갈수록 고유의 전통 문화와 괴리된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그만큼 전통 문화는 한국인들로부터 외면 당한다.

전국 팔도의 개성있는 지방 문화가 총체적으로 결집되어 전통 문화로 나타난다. 즉 지방 문화가 전통 문화를 뒷받침하는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방 문화야말로 독창성의 뿌리이며 한국을 특징지을 수 있는 기본 토대이다. 진도 정선 밀양 등의 지역에는 그 지방의 생활양식, 방언, 정서가 반영된 아리랑이라는 민요가 있다.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으로 한국의 음률을 만들어 내어,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은 전체적으로 구수하고 애잔한 심상을 환기시킨다. 비단 가락에서만이 아니라 춤사위, 건축, 음식 방면에서 드러나는 지방 문화는 한국의 ‘미’를 창조한다.

문화는 정체성의 다른 일면이다. 사회 구성원이 역사에 남긴 발자취가 곧 문화이기 때문에 고유 문화는 우리의 뿌리이다. 뿌리는 후손으로 하여금 선조의 삶의 체취를 느끼고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바를 알려주는 방향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선의 미학이나 팔도의 선율에 대한 연구 움직임도 뿌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뿌리를 돌아보자는 얘기는 근본주의나 복고주의와 같이 극단적인 처방과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 문화는 근원에서 시작, 변형된 현재 자신의 삶을 반성하도록 도와준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래 사조에서 우리의 외양뿐만 아니라 의식까지도 잠식당하고 있다. ‘뿌리’가 잊혀지면서 ‘정체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도 사람들은 자각하기 어렵다. 전통은 퇴락한 과거의 잔재가 아니다. 그것에서 의미를 캐내어 활용하는 몫은 우리 후손에게 달려 있다. 특히 전통문화를 관류하는 지방 문화를 지금과는 다른 시각에서 재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뿌리를 성찰하여 새로운 한국의 ‘얼굴’을 그리는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있다.

■[논술 강평] 논제에 구체적 접근 주장 선명하게 내세워

김영민

학생들은 논술 답안을 쓸 때 첫 단락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흔히 말한다. 첫 단락 혹은 첫 문장 쓰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첫 단락, 첫 문장 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일까?

첫 단락이 다소 형식적인 도입 부분이라는 생각이 강한 사람일수록 첫 문장,

첫 단락 쓰기를 어려워한다. 이른바 본론으로 가기 위한 인사치레라는 생각이

강할수록 첫 문장 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첫 단락은 결코 인사치레의 형식적 도입 부분이 아니다. 특히 현대의 글쓰기 이론에서는 첫 단락, 첫 문장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따라서, 글의 서두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망설여지는 경우에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부터 곧바로 쓰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첫 시작의 내용이 다소 단정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정적인 것이 우회적 서술을 통한 인사치레보다 열배 이상 낫다. 논술은 글쓴이의 주관적 판단을 중시한다. 따라서 더러는 의식적으로 단정적인 글을 쓸 필요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주관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보편 타당한 객관적 사실이나 자료를 근거로 활용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학생들의 답안을 읽다보면, 첫 단락의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매우 많다. 첫 단락이 부실하면 읽는 사람의 관심이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첫 단락은 곧 답안의 첫 인상이다. 첫 단락부터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 글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잡혀 있는지를 미리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주 최우수작으로는 허소영(안동여고)의 글을, 우수작으로는 김용현(남성

고)과 이지영(명종고)의 글을 뽑는다. 허소영의 글은‘지방문화의 의미와 중요성’이라는 논제에 매우 구체적으로 접근했고, 주어진 제시문의 논지를 잘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선명하게 내세우고 있다. 이 점이 이 글의 가장 큰 미덕이다. 우리는 오늘날 지방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방화가 세계화의 기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수시로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들 가운데 상당수는 막연한 내용으로 이루어져서, 읽고 나도 별 공감이 가지 않는다. 반면 허소영의 글은 지방문화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구체적 사례 제시와 원론적 접근이 적절하게 잘 어울려, 읽는 사람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자신의 주장 속에 끌어들일 수 있을 때, 일단 그 글은 성공한 글이라 할 수 있다. 서두에서 보여준 분명한 문제 의식과, 본론에서 결론에 이르기까지 서술된 선명한 대안의 제시가 이 글을 돋보이도록 했다. 상업적 대중문화를 배제하고 지역주민들의 자치성과 공동체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잡은 것이나, 도시적 삶의 소외감을 떨칠 수 있는 문화적 공동체에 대해 논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용현의 글은 문제제기의 과정이나 그것을 풀어 가는 방식 등에서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을 지니고 있다. 글의 외적 형식이라 할 수 있는 구성과 흐름이 매우 좋은 편이다. 다양한 상식을 활용하여 논지를 쉽게 풀어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는 지역문화와 지방문화라는 용어가 구별 없이 혼용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지역문화의 독자성이 국가 독점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중앙 중심주의, 서울 중심주의적 문화에 매몰되어버렸다는 제시문의 논지를 좀 더 염두에 두고 답안을 작성할 필요가 있었다. 이지영의 글은 지방문화를 전통문화, 뿌리, 독창성 등 몇 가지 중요한 개념과 관련지어 논의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논술고사의 실제] 3월18일, 3월26일자 주제

3월18일자와 3월25일자는 손동현(孫東鉉) 성균관대 교수와 이태동(李泰東) 서강대 교수가 출제해 주셨습니다.(답안은 1,000자 이내)

3월18일자 주제

(문제) 다음은 기계론적 결정론을 주창한 고전적인 사상가 라플라스(1749∼1827)의 글이다. 오늘의 우리의 과학적인 상식에 비추어 보면 그 내용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부인할 수 없을 텐데, 이 글의 내용대로라면 인간의 행위도 모두 다 결정되어 있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과연 인간은 자유롭게 행위하는 존재가 아니란 말인가? 이 글의 내용을 연장하여 인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이 글의 내용을 인정하더라도 인간의 자유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인가? 과학적 지식과 인간의 자유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양립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인간의 자유에 대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해 보시오.

(제시문) 자연 안의 모든 것은 법칙에 따른다. 계절의 순환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법칙에서 비롯된다. 우연히 분 바람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가벼운 먼지의 움직임도 사실은 유성의 궤도처럼 확실한 법칙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다. 우리의 지식은 자연이 생명을 만드는 모든 힘과 자연을 이루고 있는 모든 사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밝혀주고 있다. 그리고 그 지식이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분석할 만큼 광범한 것이 되면, 그 지식은 우주의 가장 커다란 움직임에서부터 가장 미소한 원자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법칙을 가지고 파악할 것이다. (폴 가이아르,‘인간과 자유’에서)

3월25일자 주제

(문제)다음 예시문을 읽고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여야(與野)의 공천 파동에 나타난 정치적인 실책과 그 개선책을 바람직한 정치문화의 측면에서 1,000자 이내로 논하라.

(제시문) 너무 고상한 태도로 백성을 대하며 모든 일에 있어서 그들의 의사를 꺾으려는 사람은 엄격하고 침울하다고 생각되기 쉬우며, 반면에 항상 백성의 뜻을 추종하며, 그들과 같은 과오를 범하는 사람은 위험하고 파멸적인 노선을 취하는 결과가 된다. 나라를 강대하게 만드는 방법은 때로 백성의 뜻에 양보하고, 그들이 순종할 때는 칭찬하는 동시에, 좋은 정책이라면 강력히 추진하는 데 있다. 그러면 가혹하고 전제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 한, 백성은 즐겨 순종하며 지지한다. 정치가는 통치자의 엄격성과 지도자로서의 온유성을 겸해야 하는 까닭에 그의 역할은 매우 곤란하고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성질을 통합시키기만 하면 가장 참되고 귀한 조화가 이루어져서 신이 우주를 다스리는 방법처럼 모든 길이 온유한 조리(條理)로서 이루어지며, 폭력을 행사할 필요는 전혀 없게 된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중에서)

입선자명단(5명)

우신고=손창현 강서고=신창목 대원외고=김지훈 이화외고=강윤진 구정고=김민지

원고마감은 매주 월요일. 우편:110-792 서울 종로구 중학동 14 한국일보 사회부 논술담당자앞 전화:(02)724-2313∼8 팩스:(02)739-0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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