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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父子 "고어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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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父子 "고어가 싫어"

입력
2000.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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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한을 아들이 풀어줄 것인가.거추장스럽던 ‘애리조나의 반항아’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9일 후보를 사퇴함으로써 공화당 대선주자는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로 사실상 확정됐다.

올 대선이 부시 주지사와 앨 고어 부통령간의 양자대결로 굳어지자 미 언론들은 부시 주지사가 대통령 연임에 실패했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굴욕을 이번에 설복할 것인지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아버지 조지 부시는 1992년 현직 대통령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빌 클린턴-고어’의 황금콤비에게 참패해 백악관 수성(守城)의 꿈을 접어야 했었다.

고어 부통령으로서는 미국 대통령선거 사상 처음으로 아버지에 이어 아들과 잇달아 쟁패를 벌이는 진기록을 세우는 셈이다.

부시 주지사 가문은 할아버지가 상원의원을 지냈고 아버지는 41대 대통령을 지낸데다 동생 젭마저 지난해 플로리다 주지사에 당선된 미국에서 손꼽히는 정치명문가.

한때 대통령 예비선거에도 나섰던 상원의원을 아버지로 둔 고어가문에 비해 손색이 없다. 명문 예일대학 졸업후 하버드에서 경영학석사를 따내 학력도 화려하다. 1968년부터 5년간 텍사스주 방위군 조종사로 복무한 뒤 전공을 살려 석유사업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발판으로 프로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까지 인수하는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일찍부터 정치에도 관심을 보였던 부시는 하원의원에 출마했다 좌절한 후 와신상담, 1994년 미국 제2의 주인 텍사스의 주지사로 당선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계에 입문했고 1998년에는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인생우등생’부시가 백악관으로까지 진군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경쟁자인 고어 부통령이 너무 강적인 탓도 있지만 성공가도의 앞길에 너무도 많은 약점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젊은 시절의 깨끗하지 못한 개인경력. 부시가 대학재학당시 마약과 알콜에 탐닉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부시 자신도 마약복용경험에 대한 의혹에 대해 “최근 20년동안은 마약을 한 적이 없다”고 우회적으로 시인했을 정도. 또한 월남전 참전을 회피하기위해 집안의 도움을 받아 주방위군으로 특혜복무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기에 사업을 벌이던 당시 아버지의 후광으로 대형프로젝트를 따내고 경쟁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부시가 대선 출마의사를 표명했을 때 미 언론들은 “도덕성에 문제가 많은데도 대권꿈을 드러낸 부시는 클린턴 스캔들의 최대 수혜자”라고 비아냥을 하기도 했다. 온갖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클린턴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바람에 부시같은 인물마저도 나서는 풍토가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 부시 진영은 이제 맥케인 사퇴후의 득표전략에 부심중이다. 부시측은 대선승부의 최대관건은 맥케인 지지세력을 어떻게 넘겨받느냐 하는 점으로 보고있다. 자신을 지지했던 골수 공화당원표만으로는 고어를 이길 수 없기 때문.

특히 맥케인의 ‘선거자금 개혁’에 절대지지를 보냈던 무소속과 중도 공화당원표를 흡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급선무라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로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아닌 게 현실. 더구나 맥케인이 사퇴하면서 부시 지지를 선언해주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부시 진영은 최악의 경우 맥케인을 런닝메이트로 맞아들이거나 국무장관 등 각료로 끌어들리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부시가 성공할 수있는 열쇠는 대선전이 본격화할 8월 전당대회전까지 얼마나 공화당의 집안정비를 제대로 해낼 지에 달려있다는게 중론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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