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이사진의 50%가 사외이사로 구성되고 정몽헌(鄭夢憲)현대건설 회장이 현대차 이사진에서 제외돼 자동차의 계열분리가 가속화할 전망이다.현대차는 10일 오전10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전체 이사진 9명에서 주주이사로 등재돼있던 정 회장과 이영기(李榮基)현대중공업 부사장을 이사에서 제외시키고 4명의 사외이사를 두는 이사선임안을 통과시켰다.
국내 대기업이 사외이사 비율을 50%로 높이기로 하고 주총의결을 거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여러계열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과 정몽준(鄭夢準)의원 등도 계열사 주총을 통해 이사진에서 점차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사외이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출신 박병일(朴炳一)세무사와 현대차 제휴사인 미쓰비시 상사의 카노코기 타케시씨가 선임돼 기존 사외이사인 김동기(金東基)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김광년(金光年)변호사를 포함해 현대차의 사외이사는 모두 4명이 됐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임원 104명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부여키로 결정했다.
▲ 현대차 주총 이모저모
‘왕회장’의 인터넷 공부도, 자사주 매입·소각도 주가 폭락으로 성난 소액투자자들을 달래지는 못했다.
10일 대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열린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2시간30분 내내 “투자 손실액을 보상하라”는 투자자들의 고함과 실랑이가 이어졌다. 소액투자자들은 “주가가 반토막이 아니라 아예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주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영진들을 성토했다. 회사측의 10% 현금배당에도 대부분의 주주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들의 주총이 ‘잔치집’분위기인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날 현대 계동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주총에는 예년 1,0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던 것과는 달리 좌석수(800석)의 4배가 넘는 3,500여명이나 몰려 주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주총은 예상밖의 많은 인원의 참석으로 준비했던 영업보고서와 주주 명부 등이 모자라 일부 투자자들이 “영업실적도 안 내놓고 주총을 하느냐”는 거센 항의로 시작됐다.
의안상정이 되기가 무섭게 한 소액주주가 일어서서 “회사는 지난해 이익을 많이 냈다고 자랑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반토막난 주식을 부여잡고 고통과 한숨속의 나날을 보냈다”고 외치자 10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박수를 치며 공감을 나타냈다.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정용권(48) 씨는 “현대차 주식이 4만원일 때 20년 동안 붕어빵장사를 해서 모은 돈 3,500만원을 몽땅 쏟아부었는데 1만4,000원으로 떨어졌다”며 “전 재산을 날리고 자식공부도 못 시키고 아내와 이혼하는 등 알거지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여성 소액 주주는 “지난해 막대한 유상증자를 한 것이 주가폭락의 원인”이라며 “주식은 회사의 자식과 같은데 책임지지도 못할 자식을 왜 많이 낳았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또 “주주는 주가폭락으로 고민하는데 임직원은 상여금을 받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총 의장인 이계안(李啓安) 사장은 “증자가 너무 많았다는 것은 인정하며 좀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있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주주이익 극대화와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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