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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교수키워야 학문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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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교수키워야 학문이 산다"

입력
200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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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학문하기'펴낸 조동일교수‘학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 그리고 학자는 제대로 학문을 하라.’ 서울대 국문과 조동일(61) 교수의 새 책 ‘이 땅에서 학문하기’(지식산업사 발행)의 외침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정연한 논리와 열렬한 웅변으로, 한국 학문과 학문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교육정책만 있고 학문정책은 없다’고 질타하면서 이 땅에서 학문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한국 학문이 선진화, 세계화하려면 어떤 학문정책이 바람직한지 지적한다. ‘학문을 죽이는 정책을 뒤엎을 혁명 수준의 학문운동’을 촉구하며 격문을 뿌린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_최근 인문학 위기론이 높은데.

“정작 연구는 안하면서 위기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그런 건 집어치워라. 위기 타령은 그만 하고 실제로 연구를 내놔야 한다. 자기는 안 하고 남더러 하라고 시키면서 개탄하는 사람이 많다.” (“학문을 하지 않고 있으면서 평가를 바라는 것이 인문학문의 위기이다.”책 16쪽)

_‘우리 학문의 길’(1993) 등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우리 학문 풍토를 꾸준히 비판해 왔는데, 또다시 ‘이 땅에서 학문하기’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리 떠들어도 나아지지 않으니 쓰고 또 쓰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 쓰는 것 뿐이다. 고함 치고 데모 하겠냐.

전에는 학자들 보고 잘 해보자고 했지, 이번처럼 학문정책을 비판하진 않았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들어서 상황이 훨씬 나빠지고 있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을 시장 경쟁 체제로 끌고 가는 바람에 인기 없고 수지 안맞는 학문은 문 닫게 생겼다. 인문학이 죽으면 나라가 망하고, 역사가 빗나가고, 문명이 파괴된다. 대통령에게 이 책을 보냈다.”

_공감을 표시하는 동지들이 많을 것 같다.

“동지는 많은데 다들 속수무책이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대학에서 겨나고 취직도 못하기 때문에 내심 찬성해도 실천하진 못한다. 결국 나 혼자 ‘독립운동’ 한다. 그들 스스로 포승을 풀지 못하니, 학문 밖의 사람들과 언론이 성원해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풀려나게 해달라.”

_마음껏 연구할 수 없는 현실이 갑갑해 차라리 대학을 떠나고 싶지 않은가. (1996년, 그는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서울대 교수직을 버리고 어디든 가겠다고 공개구직을 했다가 실패했다. 교육법상 강의하지 않고 연구만 하는 교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자가 연구하기에는 그래도 대학이 가장 나은 곳이다. 대학을 개조해야지, 대학이 맘에 안 든다고 ‘장외경기’를 할 수는 없다. 그건 비극이다. TV ‘노자’ 강의의 김용옥씨처럼 대학을 벗어난 사람도 있지만, 텔레비전에서 무슨 학문을 하겠는가. 정부 예산으로 대학 연구소를 육성하고 연구교수를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 제도가 없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 '학문을 죽이는 정책과 살리는 정책' 요약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의 제 3부 ‘학문정책’ 중 ‘학문을 죽이는 정책과 살리는 정책’에 자세히 썼다. 간추리면 이렇다.

“학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연구교수 제도가 필요하다. 대학교수는 강의와 행정에 짓눌려 연구할 시간이 없다. 그러니 학문의 제조업은 하지 못하고 수입업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연구비는 지금처럼 연구계획서를 보고 줄 게 아니라 연구결과를 평가해서 주는 게 옳다.

한국학문을 발전시켜 세계학문을 선도하는 데까지 이르는 연구를 최우선 지원하되, 학과의 경계를 넘어, 특히 인문학문·사회학문·자연학문을 통합하는 연구, 국학과 양학을 합치는 연구를 하는 연구소를 키워야 한다. 국학진흥원 세운다고 땅 사고 집 짓는 데 300억원을 쓸 게 아니라 그 돈을 바로 국학 진흥에 쓰면 당장 성과가 있을 텐데, 왜 알맹이는 빼고 허장성세에 몰두하는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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