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연세의료원 피부과 사무실에서는 작은 장학금 전달식이 이루어졌다. 부산 데레사여고 3학년 박정은(18)양은 아빠의 ‘연세대 의대 78년졸업동기회’ 아저씨들이 건넨 500만원을 받아들고는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빠의 사랑에 눈시울을 적셨다.정은양은 두돌이 채 안됐을 때 아빠를 잃었다. 이 대학 의대를 졸업하고 약리학교실 조교로 재직중이던 정은양의 아빠 박원규(朴源珪·당시 31세)씨는 1984년 5월16일 ‘급성담낭염’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성실하고 촉망받던 친구의 죽음에 망연해하던 동기생 40여명은 빈소에서 자연스레 “원규의 딸은 우리가 돕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동기들은 각자 자리잡기에 바빠 약속을 미뤄오다 최근에야 문득 정은이가 대학갈 때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라부랴 수소문에 나섰다.
동기회 이광훈(李光勳·연세의료원 피부학교실 교수)회장은 “겨우 16년만에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큰 돈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정은이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길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은양의 어머니 김정미(金靜美·44·부산 동구 범일동)씨는 남편이 새상을 뜬 뒤 친정아버지의 부산 병원 일을 돌보고있어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는 않은 형편. 하지만 “아빠 없이 자라는 정은이가 늘 안타까웠는데 값진 사랑의 선물을 줄 수 있게 돼 너무나 고마울 뿐 ”이라고 감격해했다.
정은양은 “아저씨들의 마음에 보답하기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면서 “의대에 진학해 아빠가 못다 이룬 훌륭한 의사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학창시절 박씨와 가장 가까웠던 신동환(申東煥·연세의료원 병리학교실)교수는 “자기를 꼭 빼닮은 정은이가 이렇게 잘 자란걸 보면 원규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정은양 아빠의 대학 동기생들이 정은이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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