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해외여행이나 골프가 부담스러운 국민들로서는 오랜만의 설악산 여행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립공원을 이용하기 위하여는 입구에서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같이 내야 한다. 왜 입장료와 관람료를 함께 거둠으로써 국립공원에 ‘입장’은 하지만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사람도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는가.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를 관람하고자 하는 자, 즉 관람 의사가 있는 자에게만 걷어야 한다. 국립공원의 자연을 볼 지, 사찰 문화재를 감상할 지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관람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문화재 관람료를 거두는 것은 부당하다.
문화재 관람료를 사찰이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수천개의 문화재가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1999년도 관람료가 성인 1인당 700원이고, 경주 광주 등 지방박물관은 400원이다. 하지만 국립공원에 입장할 때는 1,000원에서 1,5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낸다.
사찰은 소유 문화재 관리를 위해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별도로 입장료 수입중 10∼30%를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받는다. 수입이 가장 많은 설악산 신흥사는 1년에 약 24억원 가량의 수입을 얻는다. 반면 실제로 각 사찰이 징수한 관람료를 해당 문화재의 관리비용으로만 사용했는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설악산이나 지리산과 같은 국립공원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고, 아름다운 환경을 온전히 보존하여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사찰 소유이기 때문에 사찰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러한 일반 국민의 생각은 착각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국립공원 입장객들은 사찰 소유의 토지를 잠시 돈 내고 구경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사찰 소유의 문화재는 사찰의 것이기 이전에 국민들의 문화재이다. 결론적으로 사찰의 문화재 보호 의지는 존중해 주어야겠지만, 이용객의 선택권을 배제한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의 합동 징수는 폐지되어야 한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장
■반대
문화재관람료는 사찰 입장료가 아니다. 사찰 안에 있든, 바깥에 있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로 지정한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
화재 중요민속자료 기념물 문화재자료 등을 관람하는 대가이다.
가령 설악산에 입장할 때 내는 문화재 관람료는 매표소 입구의 향성사 3층 석탑(보물 제43호), 부도군(도지정문화재자료 제115호), 신흥사 일주문 안의 유형문화재 3개 등은 물론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73.7㎢ 면적의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관람의 대가이다. 이 구역은 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으로 입구는 말할 것도 없고 권금성과 대청봉까지도 포함한다.
속리산은 법주사 일원(19.2㎢)이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돼 입구에서부터 정상인 문장대를 포함한다. 지리산 가야산 내장산 등도 비슷한 경우이다.
만약 분리징수를 한다면 이 광대한 땅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구분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한다면 그로 인한 환경파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공원구역 아니 문화재지역 곳곳에서 입장료 또는 관람료를 받는다면 국민의 불편함은 없어지는 것일까. 결국 분리징수는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뿐이다.
우리는 문제의 본질이 국가의 법과 제도, 정책 등에 있다고 본다. 하나의 지역을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하고, 다시 같은 지역을 자연공원법에 의해 공원구역으로 지정함으로써 문화재 관람료와 공원 입장료를 동시에 받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근본 해결책은 입장료를 폐지하고, 공원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예산에서 충당하는 것이다.
사찰은 공원의 자연경관을 유지, 보존해 오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해왔다. 1,600년의 전통을 이어오면서 찬란한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19개 국립공원 합동징수 사찰의 1년 총 입장료 80억∼90억원은 많은 비용이 드는 사찰의 전통건조물을 유지관리하는데 턱없이 모자란다. 국민의 작은 권리도 중요하지만, 한번 파괴되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민족문화유산의 보존관리 및 창조적 계승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류지호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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