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에 ‘아기 투입구(Baby Slot)’가 등장했다. 함부르크의 한 사회단체가 빈민지역 기차정거장에 설치한 투입구는 가로 30㎝, 세로 70㎝ 크기의 작은 자동문으로 벨을 누르면 문이 열리면서 대(臺)가 내려온다. 여기에 아기를 올려놓으면 문이 닫히고, 아기는 약 20㎝ 밑에 있는 따뜻한 작은 침대속으로 떨어지며 센서가 봉사원에게 경보를 발한다. 아기는 사회봉사원의 보호속에 의료검진을 받은뒤 양육가정에 넘겨지게된다.독일 동부의 한도시에서 아이 2명이 딸린 28세 여인이 새로 아기 1명을 낳자 양육 중압감에 이들 모두를 죽인 끔찍한 사건이 이 투입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 여인은 8일 13년6개월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혹독한 비판에도 불구, 절망에 빠진 엄마가 신원을 감춘채 원치 않는 아기를 간단히 포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슈테르니파크 청소년 지원단체의 위르겐 모이지히는 “아기를 내버리는 엄마들은 아주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다. 누구도 그들을 돕지 않는다. 그들은 어느 누구와도 말할 수 없는 처지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기 투입구’가 버려져 죽을 수도 있는 아기들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함부르크가 투입구를 설치한 후 독일의 여러도시가 이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등지에서는 유사 프로그램이 이미 4년전부터 성공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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