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건길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장 지건길(池健吉·57)씨가 2년 간의 파리 생활을 접고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되어 돌아온다. 현재 유럽 순회중인 국립중앙박물관 유물전의 취리히 개막식(18일)에 참석한 뒤 20일 귀국할 예정이다.
8일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선임된 그는 3년 임기 동안의 최대 과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 준비를 꼽았다. 서울 용산에 짓고 있는 새 박물관은 2004년 개관이 목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시대를 튼튼히 준비해서 세계에 내놓을 만한 박물관으로 만드는 게 가장 큰 일입니다. 자손 만대에 물려줄 훌륭한 박물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은 10년이 멀다 하고 덕수궁, 경복궁, 중앙청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녔지 않았습니까?”
그는 “박물관은 시설이나 소장품이 아무리 좋아도 훈련된 운영 인력이 없으면 고철 덩어리나 마찬가지”라며 충분한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용산의 새 국립중앙박물관 면적은 세계적 명소인 루브르박물관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박물관 직원은 루브르가 1,800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전국의 국립박물관을 다 합쳐도 300명 정도밖에 안됩니다.”
박물관과 국민의 거리 좁히기, 지방 박물관 활성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아직도 박물관은 멀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박물관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효과적인 접근 방안을 마련하고 전시·교육 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물관은 즐기면서 배우는 곳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매달 첫째 일요일 전국의 33개 국립박물관을 무료 개방해 지난해 연초보다 관람객이 60% 늘었습니다. 우리도 해 볼 만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30년간 박물관에서 일하며 많은 유물 발굴 현장을 누볐던 고고학자다.
30대 시절 프랑스 유학 3년과 지난 2년을 빼곤 박물관을 떠나 본 적이 없다.
해방 이후 고고학계의 3대 발굴로 꼽히는 공주 무령왕릉, 경주 천마총, 창원 다호리(茶戶里) 유물 발굴에 모두 참여하는 행운도 누렸다. 광주 출신으로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부여·경주·광주의 국립박물관장,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고고부장, 학예연구실장을 지냈다. 전공 분야는 지석묘 등 청동기 시대 거석문화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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