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허리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남녀노소 누구나 허리가 아플 수 있겠지만, 특히 할머니 환자가 많은 편이다. 할머니 환자들을 진찰하다 보면 의사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 정확히 답변하기 보다는 젊은 시절부터 고생한 이야기, 자식들과의 좋고 나빴던 일 등 집안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환자가 많은 날은 마음이 급하지만 차마 이야기를 끊지 못하고 ‘이왕 늦은 김에 쉬어간다’는 기분으로 웃으며 대한다. 어떤 때는 내가 정형외과 의사인지, 정신과 의사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수술할 때도 할머니에겐 신경이 더 많이 쓰인다. 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술 다음 날 환자 손을 잡고 웃으면서 대화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에도 아침 회진을 돌 때면 먼저 손을 내미는 할머니들이 많다. 10년 전 필자에게 수술받은 할머니 한 분은 90세 가까운 고령인데도 아직까지 편지나 전화로 자신의 살아가는 이야기나 재활훈련에 대해 들려준다.
할머니들은 “선생님의 웃는 얼굴만 봐도 병이 반 쯤은 낫는 것 같다”고 농담도 잘 한다. 이렇게 한 번 신뢰관계가 이뤄지면 일반 소염제로도 증세가 금방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외과 의사의 하루는 회진과 진료, 수술이 반복되는 결코 쉽지 않은 일과의 연속이다. 필자도 가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렇지만 필자를 보고 있는 할머니 환자들이 문득 생각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곤 한다.
/심창구·인천기독병원 정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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