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역사에 별 관심이 없다.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선택과목으로 해놓은 나라는 한국을 빼고는 별로 없다.이런 풍토에서 국사편찬위원회는 1946년 발족 이후 사료수집과 국사연구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 이성무(63) 위원장을 만나 이 빛 안나는 작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이 위원장은 ‘한국과거제도사’등 굵직한 연구서를 꾸준히 내고 있는 중진 역사학자다.
-사료들을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은 잘 돼갑니까.
“CD롬이나 인터넷으로 각종 사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전자출판으로 학계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홈페이지(http://kuksa.nhcc.go.kr)에 들어오시면 엄청난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사 관련 정보를 종합하고 네트워크화해 통합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앞으로는 종이 형태의 출판은 가급적 지양하고 전자출판쪽으로 갈 것입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흩어져 있는 국사 관련 자료 수집이 잘 안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우리 예산 50억원으로는 지금 벌여놓은 사업도 사실 힘에 부칩니다. 그래서 작년에 해외사료 수집 예산을 별도로 신청했는데 국회 예결위에서 통과되지 않았어요. 올해 다시 올려야지요. 예를 들어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문제를 보세요. 이건 총칼 갖고 싸우는 게 아닙니다. 자료싸움이에요. 그리고 이제 통일에 대비해 한국사를 새로 정립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 남을 수는 없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 역사학계의 연구실적을 파악하고 정보공유 및 남북 학자간 대화도 시도해야지요.”
-사료수집이나 전문적인 연구도 좋지만 일반 시민이나 학생이 우리 역사를 좀더 쉽게 접근하도록 해주는 일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미 홈페이지에 일반인의 국사 관련 질문에 답하는 Q&A 코너를 마련해놓았습니다. 중·고교 국사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프로그램도 예산만 주면 바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를 영어와 일본어로도 해놓았고 외국 한국사학자들과의 교류증진, 연구지원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국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세계화를 해도 우리 것을 가지고 해야지요.”
-위원장으로서 행정적인 일을 하시느라 연구하실 시간은 부족하겠습니다.
“개인연구는 많이 손해보지요. 논문 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대중을 위한 역사서를 쓰는 일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달 안으로 ‘조선시대 당쟁사’가 2권으로 나오고, 4월초에 ‘조선의 부정부패 어떻게 막았나’도 나옵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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