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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선언] 뒷얘기… 바쁜일정속 손질 또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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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선언] 뒷얘기… 바쁜일정속 손질 또 손질

입력
200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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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유럽 순방에 나선 이후 숨가쁜 일정 속에서도 ‘베를린 선언’을 손질했다. 그만큼 정성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김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출국전 보름에 걸쳐 직접 완성했다”면서 “김대통령의 혼과 의지가 다 담겨있다”고 말했다.김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하기로 생각한 때는 두 달 전인 1월초. 김대통령은 그 즈음해서 공·사석에서 “북한의 어린이들이 끼니를 못잇고 주림을 견디지 못해 탈출하는 것을 보면 밥이 안 넘어간다”고 말하곤 했다.

이 때 유럽 순방중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설하는 일정이 잡히자, 김대통령은 이 곳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적 메시지를 발표키로 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청와대 황원탁 외교안보수석 등에게 초안 작성을 지시하면서 “내 친지, 내 이웃이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을 중심으로 통일부 국정원 등이 참여한 초안 작성과정에서 가장 우려된 대목은 북한이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었다. 자칫 체면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 신경쓰였다.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도 검토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다수가 “북한과의 경협과 교류가 급증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참 뜻을 전할 때”라는 의견을 내 전향적 제의가 주제가 됐다. 김대통령도 초안을 새로 쓰다시피하면서 강조한 내용이 “북한을 진정으로 돕겠다”는 것이었다.

베를린 선언을 최종 확정한 후, 절차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을 배려했다. 황수석은 국내의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 등과 협의, 통일부장관 명의로 베를린 선언의 요지를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전했다.

베를린 선언은 독일언론에도 집중취재의 대상이었다. 독일의 4개 TV사가 김대통령의 베를린 연설을 녹화했고 300여명의 독일 기자들이 독일정부에 취재신청을 했다. 베를린 대학에서도 김대통령의 인기는 높았다. 당초 대학측은 이 행사에 참석할 교수 학생들을 300여명 정도로 예상했다가 900명이 넘게 신청을 하자 강연 장소를 큰 회의실로 옮겼다.

베를린=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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