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제2외국어 교육 '심각한 불균형'고등학교 제2외국어 교육이 심각한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선택과목인데도 원치 않는 외국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고 일부 비인기 제2외국어 담당 교사들은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실태와 문제점
사립인 서울 H고의 경우 현재 독일어 한 과목만을 제2외국어로 개설해놓고 있다. 올해 수능시험부터 제2외국어를 선택과목으로 본다는 교육부 발표를 즈음해 이 학교에도 “독어 외에 다른 과목을 배울 수 없느냐”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쏟아졌다. 하지만 학교측은“학교 사정상 교사를 바꾸거나 충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재 고교에서 가르치는 제2외국어는 일본어 독어 불어 중국어 에스파니아어 러시아어 등 6가지. 하지만 전국 1,136개 인문고 가운데 3개 이상 과목을 개설한 곳은 66개교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한 과목만 개설한 곳은 전체의 44.6%인 507개교(1999 교육통계연보)나 된다. 또 두 과목을 개설한 학교라 해도 남·녀 혹은 인문·자연 계열별로 과목을 지정해놓은 곳이 상당수여서 실제로는 한 과목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의 희망은 논외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은 많은데 현재의 교사 수급상황으로는 이를 맞춰 줄 수가 없다. 서울 S고 한모 교사는 “학생의 70∼80%는 일본어나 중국어를 희망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인기가 시들해진 독일어 프랑스어 담당 교사들의 위기감과 이탈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지난 겨울에만 독어 불어 교사 80명이 영어를 부전공으로 하기 위한 자격연수를 받았다.
■대안은 없나
제2외국어교사회 채수연(한영고) 회장은 “학생들에게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2외국어교사회는 그 방안으로 교육청 단위의‘순회교사제’와 ‘강사 활용’을 제시하고 있다. 한 학교에 6개 외국어 전부를 개설할 수 없다면 수강생이 적은 외국어는 교육청 소속 담당 교사가 몇몇 학교를 돌아가며 가르치는 방식이다. 교육부 이수일 교육과정정책심의관은 “서울 등 일부 교육청에서 규모는 작지만 이미 순회교사제를 하고 있다”며 “특히 2001학년도부터는 중학생도 제2외국어를 배우게 되는 만큼 이 제도를 좀더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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