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사람들은 대부분 공처가예요. 산업혁명이 한창일 때 많은 독일인들은 탄광에서 일했어요. 석탄가루를 많이 마셔 정력이 약해져서인지 독일 남자들은 마누라한테 꼼짝 못한답니다(웃음)."축구기자로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10여년전 독일에서 만난 한 축구인의 말은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독일 사람들이 축구에 미치느 이유를 묻자 그는 서슴없이 '공처가이기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보통 독일 회사원의 한 달 수입으로는 퇴근한 뒤 집에서 맥주 한잔 하고 토요일에 축구장에 가면 그만이에요. 매일 집에서 마누라한테 시달리다 보면 축구장에서 악을 쓰며 응원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고 스트레스 해소책이죠."
반 농담 섞인 얘기인 것 같으면서도 그의 설명은 나름대로 상당히 설득력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독일인에게 축구는 여가로서 생활의 한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민적인 인기스포츠이기때문이다. 그러나 우린 그렇지 않다. 때론 대표팀의 빅매치 시청률이 60%를 상회하지만 국내 축구장은 대부분 텅텅 비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1990년 부산대우축구단 사령탑을 맡았던 독일인 엥겔감독은 "한국인의 (레져)문화 패턴은 축구와 어울리지 않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은 우리에겐 축구말고도 즐길 것이 너무많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길게 늘어선 도로의 자동차 행렬, 밤마다 흥청망청대는 술집과 룸살롱….
두 독일인의 말이 지금도 생생한 것은 200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우리 국민들의 축구사랑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때문이다. 12일 프로축구가 개막한다. 레저패턴을 바꿔 한번 축구장에 가서 고향팀을 위해 악을 써보자. 집에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싹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유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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