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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대만, 상반된 선거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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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대만, 상반된 선거분위기

입력
200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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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러시아가 오는 26일의 대선을 앞두고 후보별 유세 등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으나 분위기는 차분하다.

후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 야블로코당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당수, 유리 스쿠라토프 전 검찰총장, 뒤늦게 출마자격을 인정받은 극우파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등 모두 12명이다. 그러나 후보별 성향이 엇비슷한데다 푸틴이 타 후보를 압도, 선거전은 다소 싱거운 양상이다.

푸틴은 TV와 라디오의 무료 유세방송도 거부할 정도로 몸조심이다. 그의 걱정은 투표율이 50% 밑으로 떨어져 선거가 무효처리 되는 것. 각종 여론조사에서 푸틴의 지지율은 50%대에 달해 그의 승리가 낙관시되는 분위기다. 주가노프당수가 20% 지지율로 2위를 달리고 있을 뿐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도는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푸틴이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 서방 이미지 제고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우세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8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클린턴 행정부의 푸틴 지지설’을 부인해야 할 정도로 그의 당선은 국내외에서 기정 사실로 여겨진다.

물론 주가노프 당수 등이 푸틴과의 TV 토론을 제안하며 반격을 시도하고는 있다. 야블린스키도 “정보기관 출신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푸틴과 결선투표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이변은 없어 보인다.

정작 선거전에 ‘떨고 있는’곳은 경제계 거물들이다. 푸틴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될 경우 돈줄을 잡고 정치적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해 온 자신들의 입지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분석가 릴리아 셰브초바의 말을 인용, “대선후 크렘린과 영향력 있는 업계 올리가르흐(과두지배세력)간 관계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액의 현금을 주무르는 가스프롬 등 거대 기업의 대표를 푸틴의 측근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푸틴이 아울러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대폭 물갈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해 총리에 오른후 고향인 페테스부르크 출신들을 통신장관 등 고위직으로 모스크바로 불러올렸다. 지금 러시아에선 대선결과보다는 이후의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무성한 논의속에 신·구 세력간 팽팽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 대만

18일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가 선거일을 불과 9일 앞둔 9일 현재도 당락의 윤곽이 보이지 않는 극도의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대만판 금풍과 북풍, 성풍(性風) 등으로 서로 타격을 입으며 유력 세 후보간의 지지율이 불과 1-2% 범위안에서 앞서거니하는 난맥상이다.

7일 케이블 뉴스 채널 TVB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인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46) 후보가 26%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집권 국민당의 롄잔(連戰·63) 후보와 무소속 쑹추위(宋楚瑜·59) 후보가 각각 25%와 24%로 추격하고 있다.

連후보는 대중적 인기가 약해 선거초반 3위권에 머물렀지만 집권 여당의 조직적인 선거운동과 중국 정부의 북풍 발언 등 여당 후보의 프리미엄으로 선두와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하지만 連후보도 거액 탈세설 등 부패스캔들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약점을 갖고 있다.

국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宋후보는 선거운동 초반 타후보에 비해 10%포인트까지 앞서며 선두를 질주했었다. 그러나 국민당이 지난해 12월 아들 명의의 증권사 거액 계좌를 폭로하면서 부패스캔들에 휘말려 인기가 곤두박질 했다.

이에 반해 1994년 국민당의 권력독점 체제를 깨고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돼 차세대 지도자로 급부상한 陳후보는 連·宋 두후보의 폭로공방에서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陳후보는 중국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자신의 급진적 성향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밝히며 당선시‘무력사용’등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어 북풍이라는 난관을 뚫어야 한다.

박빙의 승부인 만큼 투표일이 가까와지면서 선거전은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우려했다. 여야 가림없이 없이 상대 비방과 폭로전에 나서고 있고, 일부에서는 금권선거를 경고하고 있다. 민진당은 8일 외신 기자들과의 회견을 통해 “국민당이 거대한 전국 조직을 통해 막판 금품을 살포, 매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宋후보측도 “국민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많은 제보전화가 오고 있다”며 민진당을 거들었다. 물론 국민당은 여당을 음해하기위한 ‘매터도’라고 일축하고 있다.

선거전의 하이라이트는 12일. 세 후보 모두 대규모 군중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이날이 후보의 당락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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