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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버림받은 10대 쌍둥이자매 '마약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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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버림받은 10대 쌍둥이자매 '마약늪'

입력
200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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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쌍둥이 자매가 거리를 헤매다 결국 마약의 늪으로까지 빠져들었다.서울지검 강력부(문효남·文孝男부장검사)는 9일 히로뽕과 누바인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쌍둥이 A(16)양 자매에게 기소유예처분을 내리고, 국립서울정신병원에 치료를 위탁했다.

검찰이 마약사범에 대해 이처럼 선처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 이들의 ‘비행’이 참혹한 성장환경 때문이었음을 감안해 새삶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A자매는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47)와 식당일 하는 어머니(45) 밑에서 단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이 자랐다. 궁핍한 생활에 매일 이어지는 부부 싸움, 자식들에 대한 화풀이 폭력….

친구들과 선생님 보기 부끄러워 학교(인천 B중학 3학년)를 그만두었을 때도 부모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불화를 핑계로 집을 나가버린 뒤, 어머니는 지난 1월 이들을 인천의 한 허름한 여인숙으로 데리고 가서는 『잠깐만 이 곳에서 지내라』는 말을 남긴 뒤 종적을 감췄다.

졸지에 버림받아 「고아」가 된 자매는 이 여인숙에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불량청소년들과 어울리며 혼숙하는 등 탈선의 길로 치달았고, 급기야는 박모(28·무직·전과 7범)씨 등 마약범 일당의 꾐에 빠져 마약에까지 빠져들었다. 그래도 밥을 사주며 말동무라도 해주는 아저씨들이 이들에게는 너무나 고마울 분이었다.

이들 자매는 지난달 중순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어머니는 단 한번 구치소를 찾아와 『너희들이 한 짓이니, 알아서 죄값을 치르라』는 싸늘한 말만 내뱉은 뒤 떠났고, 그나마 아버지는 한번도 면회오지 않았다.

국립정신병원 오동렬(吳東烈)신경정신과장은 『히로뽕사범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긴하지만 이들 자매처럼 어린 경우는 처음』이라며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에게 사회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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