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얼굴까지 뜯어고치고 도망다녔습니다.”연예인 프로덕션사인 K기획 사장 신모(31·서울 도봉구 방학동)씨는 1997년 6월 술집 여종업원의 개인빚 450만원을 떠안았다가 조직폭력배의 올가미에 걸려 사업도 포기한 채 3년간 숨어다녀야 했다.
신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인력송출업자로부터 “일본 유흥가에 진출할 아가씨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유흥업소의 한 여종업원을 소개했다. 그러나 소개선금을 받는 대신 여종업원이 사채업자 이모(35)씨에게 빌린 빚 450만원을 갚아주기로 한 것이 실수였다.
이씨에게 고용된 ‘태수파’두목 김모(29)씨 등은 그해 7월 신씨의 사무실로 쳐들어와 “돈을 내놓으라”며 폭력을 휘둘렀다. 수시로 협박을 일삼던 김씨는 돈을 갚은 뒤에도 “불법 인력송출에 개입한 사실을 신고하겠다”며 관계도 없는 술집 여종업원들의 빚 1,000여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폭력배들을 피해 신씨는 ‘가출’까지 했으나 추적은 끈질겼다. 1998년 5월 신씨가 투숙중이던 호텔에 난입한 폭력배들은 “돈을 안주면 죽여 버리겠다”며 신씨와 동업자 김모(30)씨를 납치한 뒤 35시간 동안 폭력을 휘둘렀다. 신씨가 이렇게 뜯긴 돈은 1년간 12차례에 걸쳐 6,200여만원.
폐업을 하고 지방으로 잠적했지만 폭력배들은 동업자 김씨를 협박, 신씨를 추적했다. 생각다 못한 신씨는 지난해 8월 턱과 눈, 코 등 얼굴 전체를 뜯어 고쳤다. “언제 또 찾아올 지 불안해 성형수술 후 딴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9일 경찰조사를 마친 신씨는 또 잠적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김씨 등 폭력배 4명을 폭력 등 혐의로 구속하고 사채업자 이씨 등 7명을 수배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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