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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클리닉] (13) 탈모증 치료 먹는약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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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클리닉] (13) 탈모증 치료 먹는약 나온다

입력
200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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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만큼 남성들을 주눅들게 하는 병(?)도 드물다. 머리가 벗겨지면 외관상 보기 싫을 뿐더러 나이보다 늙어보여 대인관계에서도 손해가 막심하다. 아직까지 중년 남성이 대다수지만, 요즘은 공해와 스트레스로 인해 청소년과 20-30대 여성 탈모증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대머리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25% 정도로 추정된다. 머리에는 약 10만개의 머리카락이 있다. 새들이 깃털을 갈 듯 정상인도 보통 하루 30-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그런데 새로 나는 머리카락보다 더 많이 빠지면 문제가 된다.

남성형 탈모증은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의 영향이 크다. 안드로겐이 모낭을 위축시키고 머리카락의 성장을 방해, 탈모를 촉진한다. 유전적 요인이 대부분이지만 고혈압이나 관절염치료제를 복용한 후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도 소량의 안드로겐이 있어 7-10% 정도 남성형 탈모증이 생긴다. 원형 탈모증은 머리 한 부분에 지름 1-5㎝ 크기로 둥글게 탈모가 진행된다. 사회활동을 하는 20-30대 여성에게 많이 생기며 면역체계의 이상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는 약물요법과 수술이 대표적. 약물요법은 피부과에서 처방한다. 서울대병원, 연세대 원주기독병원, 경희대병원 피부과 등에서 탈모증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미녹시딜 용액이나 안드로겐의 영향을 억제하는 약을 발라주면 부분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모근이 살아있는 경우에 한해 3-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발라야 한다. 서울대병원 탈모증클리닉 은희철교수는 “약물요법은 치료효과가 낮고 장기간 사용해야 하며 중단하면 다시 재발한다”고 말했다.

먹는 약 ‘프로페시아’도 곧 등장할 전망이다. 임상시험 결과 5명 중 4명은 탈모의 진행이 멈추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성욕감퇴,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있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사용해야 한다. 원형 탈모증은 비교적 치료가 쉽지만, 부위가 넓거나 탈모 기간이 오래된 경우엔 효과가 떨어진다. 탈모 범위가 적으면 스테로이드제를, 광범위한 경우엔 면역요법 등을 쓴다.

서울대 은교수는 “탈모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한 진단을 거쳐 치료법을 정해야 한다”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무조건 공포감을 갖거나 무분별하게 약을 바르는 행위는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무리 약물치료를 해도 반짝 효과에 그치거나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엔 성형외과에서 수술치료를 한다. 고대안암병원 탈모증클리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000여건의 모발이식수술을 했다. 과거엔 식모기를 사용해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하나씩 옮겨 심었으나, 요즘은 본인의 모공에 있는 머리카락 비율대로 옮겨 심기 때문에 머리 모습이 한결 자연스럽다.

이 병원 구상환교수는 “이식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술 경험이 풍부한 클리닉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머리 가운데나 이마 부위만 벗겨진 경우엔 머리 옆 부분의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두피와 함께 오려낸 뒤 머리카락이 없는 부위를 덮어주는 피판이식술을 하기도 한다.

수술은 시기 선택이 중요하다. 탈모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머리카락이 자극에 약하기 때문에 수술을 하면 오히려 탈모 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우선 약물치료를 하다가 진행이 완만해진 뒤에 수술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북대병원은 독립된 모발이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담당인 김정철교수는 원래 분자면역학이 전공. 대머리의 유전자분석을 시도하다 수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교수는 1994년 대머리 연구로 국제모발외과학회가 주는 제1회 학술대상을 받아 해외에서도 많은 환자가 찾고 있다. 개업가에선 홍성철·김응구성형외과가 대머리 전문클리닉을 운영 중이며 수술 케이스도 많은 편이다.

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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