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대 벤처기업협회 회장에 취임한 장흥순(張興淳·40·사진) 터보테크 사장은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이다. ‘젊은’ 기업들의 대표단체를 이끄는 중책을 맡은지 겨우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머릿속은 벤처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로 가득차 있다.장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벤처 발전방안은 복잡하지 않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타’기업들이 많이 나와 벤처열풍을 국가경쟁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장회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첨단 제조업체들이 이미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에 2~3년 내에 많은 글로벌 스타가 나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벤처 인프라를 튼튼히 하고 글로벌 스타를 키우기 위해 협회 내에 다양한 전문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벤처 기업들의 글로벌 마케팅을 도와주기 위해 외국 벤처기업들과의 협력을 전담하고, 대기업과의 M&A와 제휴를 도와주는 위원회 등이 곧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 장회장의 설명. 이 계획대로라면 벤처기업과 관련된 M&A와 제휴가 협회의 주도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한·미 벤처포럼, 한·일 벤처포럼 등의 이름으로 외국 벤처기업과의 협력도 늘어나게 된다.
코스닥 신화에 가려 벤처기업의 실제 가치가 잘못 알려지거나 왜곡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협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벤처기업 소개와 관련 정보만을 다루는 벤처방송국 설립이 대표적 사업. 협회는 상반기 중 별도 법인을 설립해 벤처방송을 시작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에게는 손쉬운 회사소개의 기회를, 투자자에게는 정확한 투자정보를 줄 수 있어 수익사업으로도 비전이 있다는 계산이다.
벤처열풍으로 인해 사회 구성원들의 상대적 빈곤감이 커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한다. 장회장은 “대부분이 밤잠 안자고 고생해 이뤄낸 부(富)이지만 나눔의 문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 차원과 기업가 개인의 기부는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장회장의 철학. 가능성 있는 병아리 벤처인을 지원하는 투자개념의 기부는 기업차원에서 해도 되지만 순수한 의미의 기부는 기업가 개인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룩한 부를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벤처기업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88년 창업이후 포기하고 싶었던 12년의 고뇌를 이겨내며 벤처 불모지를 경작해 온 장회장이지만 요즘 젊은 벤처인들의 돌파력과 아이디어에는 감동할 정도라고 한다. 혜안을 갖고 자신의 창의력과 기술로 승부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기업가들의 모습에서 한국의 미래를 읽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벤처정신을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늘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회장이 끝으로 강조한 말은 ‘벤처 열풍의 선순환’. 벤처에 몰린 자금이 국가 경제의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작용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벤처 추종도, 이유없는 반(反)벤처정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장회장의 결론이다. 이상연기자 kubrick@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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