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분당 안양 부천 등 수도권 고교 비평준화 지역 학부모와 시민단체의 고교평준화 요구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특히 강원 제주 충남교육청이 2001학년도 부터 중학교 내신성적만으로 고교 신입생을 선발키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0개 시·군지역이 고입 무시험 전형을 실시하게 돼 경기도내 비평준화 지역 학부모들의 평준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거세지는 학부모 시민단체 반발
일산 분당 안양 등 수도권 비평준화 지역에는 97년부터 고교 평준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이 결성될 정도로 이들의 입장은 절박하다.
학부모들은 고교 비평준화로 인해 중학교 교육이 입시중심의 ‘닫힌 교육’으로 치달아 인성교육 부족과 과중한 사(私)교육비 부담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당 고교입시 개선 학부모 모임’의 안창도(安昌道·46)운영위원은 “수도권 비평준화 도시가 서울과 같은 교육 여건이지만 도교육청이 고입 선발고사를 고집해 자녀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자녀들이 입시에 대한 압박감때문에 취미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할 뿐아니라 교사들도 입시위주로 학교수업을 강행,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기회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남 구(舊)시가지 7개 고교는 평준화 지역인 반면 같은 행정구역의 분당 12개 고교는 비평준화 지역으로 제도가 이원화돼 있다. 이 때문에 분당지역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입시학원이 성시를 이루고 학부모들은 중학생 1명당 월 20만원을 넘는 사교육비로 ‘고통’받고 있다.
또 일산의 학부모 김모(44)씨는 “최근 대입시험도 논술 중심의 종합사고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중학교때 단순한 객관식 고입시험을 준비한 학생들은 대입시험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한다”고 주장했다.
각 도시의 학부모들은 이같은 교육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98년부터 수도권 고교 평준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또 이달중 학부모와 교사, 도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입시 평준화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유보적
고교 입시제도를 결정하는 경기도 교육청의 입장은 유보적이다. 도교육청은 교육개발원에 의뢰한 용역이 10월께 발표되는 대로 비평준화지역에 대한 평준화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들이 비평준화를 선호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비평준화가 현실화되기에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두영기자
dysogn@hk.co.kr
■경기지역 고교 비평준화지역 실태
수도권 5개 신도시 등 고교 입시 비평준화 지역 학부모들은 고입시험을 준비하는 자녀들을 보면 속이 탄다.
중학교 2년생 아들을 둔 일산의 주부 이모(39)씨는 지난해 7월 고교 평준화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으로 이사를 했다. 명문고와 비명문고를 놓고 자녀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신도시 탈출」을 감행한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서울의 친·인척집 등으로 주소만 옮긴채 신도시에서 통학을 시키기도 한다. 고교평준화에 따른 정신적·물질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평준화지역에서는 ‘명문고’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5,6학년부터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며 진학시험을 준비하는 등「입시 전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신도시는 ‘학원천국’이 된 지 오래다. 일산신도시 백석중 3년 이모(15)군은『한반의 3분의2 정도가 학원에 다닌다』며『학원이 밤11시에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예복습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지역에는 명문대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 명문고」가 생겨나 웃지못할 해프닝도 종종 빚는다. 일산 백석고 백신고 대진고 화정고, 분당 서현고 이매고, 안양 안양고 등이 신흥명문고.
명문고를 다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위화감도 팽배해 있다. 일산에서는“백석고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여학생과 나란히 걸으면 공부도 잘하고 연애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학교 학생이 여학생과 다닐 때는 공부도 못하는 애들이 연애만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급우들 사이에 노트도 빌려주지 않는 살벌한 경쟁이 벌어지고 일부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학생들의 탈선마저 부추기는 등 인성교육에도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또 고교 입시에서 내신성적 반영비율이 높아지면서 중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내신성적을 관리하는 데 골몰해야 하고, 수행평가 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학부모가 대신 숙제를 해주는 등 여러가지 비교육적인 행태가 빚어지고 있다.
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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