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 212 일대 야산의 습지 1,464평이 6일 밤섬에 이어 서울의 두번째 생태계보전지역으로 고시됐다.학교, 아파트가 가깝고 교통여건이 좋아 개발 유혹이 많던 이곳이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데는 60대 아주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습지를 가꾸는 사람들’의 최경희(崔慶姬·63)회장. 최씨는 “서울시가 뒤늦게나마 습지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씨가 둔촌동 습지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3년. 프랑스 파리서 10년간 불문학을 공부하다 귀국한 최씨는 집과 가까운 이 부근을 산책하다 땅에서 물이 솟고 나무 밑둥에 이끼가 낀 것을 보고 “이곳이 습지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96년 추석 무렵 강동구가 이곳에 폭 12m의 도로를 내겠다며 공람 공고를 했다. “굳이 필요없는 도로를, 습지와 숲을 훼손해가며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단지 확성기로 도로 개설의 부당성을 알렸더니 100여명이 모이더군요. 그 사람들로 ‘습지를 가꾸는 사람들’을 결성했습니다.”
최씨는 우선 서울시립대 이경재(李景宰·조경학과) 교수에게 생태계 조사를 요청했다. 97년 1월 나온 조사 결과 이 곳은 부들 등 습지 자생식물 27종이 서식하고 물박달나무 오리나무 등 습지 근처에서 자라는 나무가 빽빽해 서울서는 보기 드문 습지로 판명났다. 다음 조사에서는 천연기념물 324호인 솔부엉이와 오색딱다구리 꾀꼬리 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도로 개설 계획은 계속 추진됐다. 경작을 위해 습지가 메워지고 제초제가 살포되는 등 훼손도 날로 심해졌다.
최씨는 조사 결과를 들고 강동구 서울시 환경부 등으로 뛰어다니면서 설명도 하고 설득도 했다. 주민 의사를 무시한 도로 개설의 문제점을 법적으로 따지기 위해 법률구조공단도 찾았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냉담한 반응만 보였다.
공무원의 무관심에 지쳐가던 지난해 10월 고건(高建) 서울시장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둔촌동 습지의 소중함을 소상히 설명하자 고시장은 “잘 검토해보라”며 배석한 직원에게 지시, 습지보호의 기틀이 마련됐다.
최씨는 “보전지역이 된 만큼 습지가 자생력을 발휘, 어떻게 복원되는지를 당분간 지켜본 뒤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전문가들과 적합한 방법을 찾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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