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초 불과 배럴당 10달러 선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32달러를 넘어섰다. 걸프전 이후 최고로 오른 현재의 유가는 사실상 오일쇼크나 다름없지만 1·2차 오일쇼크와 걸프전 때와는 달리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인상돼 국민들의 체감 강도가 약하다. 그러나 매일 전세계적으로 200만배럴씩 공급이 모자라는 데서 비롯된 고유가 체제는 앞으로도 크게 나아지기 힘들다.우리가 매년 쓰는 에너지소비량은 세계 10위이고, 석유 소비량은 6위이며 지난해 우리가 수입한 원유는 무려 8억7,000만배럴이 넘는다. 국민 1인당 에너지소비를 봐도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10배나 되는 일본과 비슷할 정도고 에너지수입액이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고 있다.
지금같은 고유가시대에 우리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라는 더욱 큰 타격을 받는다.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르면 원유 수입 증가액만 8억7,000만달러가 더 소요되고 원가상승으로 인한 수출감소까지 합하면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적자요인이 발생한다.
우리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에너지수입국이다. 고유가를 극복하는 길은 결국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조명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조명에 사용되는 전력은 우리나라 전력사용량의 20% 가깝게 차지한다. 기존의 40㎜형광등을 효율이 높은 32㎜ 형광등으로 바꿀 경우 30%이상 전력소비가 줄어들며 백열등을 전구식 형광등으로 교체하면 전력소비 절감은 70%에 달한다. 실제로 인천의 한 아파트는 주차장 가로등과 복도의 조명을 고효율조명으로 바꿨더니 한달에 600만원 나오던 전기료가 400만원으로 줄었다. 전국의 재래식조명기기 전체를 고효율조명기기로 교체한다면 전체조명소비전력의 20% 이상을 줄일 수 있으며 이때 절약되는 전기량은 6,964천MWh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7,000억원 가량이 절감되고 100만kW급 발전소 1기를 안 지어도 돼 1조6,000억원의 건설비용을 아낄 수 있다.
조명 뿐만 아니다. 집집마다 많게는 40가지 이상의 가전제품을 쓰고 사무실에서도 여러 가지 전자제품을 쓰는데 플러그를 꽂아놓은 상태만으로 소비되는 전력이 10%에 달한다. 해당 가전기기를 절전형 제품으로 대체하면 연간 3,500억원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61만kW용량의 복합화력발전소 1기를 건설하지않아도 된다.
지금부터라도 가정은 물론이고 기업 산업체도 고효율 기기를 이용하고 생산자들은 더욱 많은 고효율기기를 만들어 내야한다. 국제유가가 30달러를 넘었다고 걱정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에너지절약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 생활 속의 작은 곳부터 절약을 실천하는 것이 작금의 고유가를 극복하는 길이며 바로 뒤따라올 기후변화협약의 먹구름을 벗겨줄 햇살이다.
/김홍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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