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의 교복을 사러 갔다. 재킷 바지 조끼 셔츠 조끼를 한 벌로 갖추고 셔츠 2개를 추가하니 26만원이었다. 사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과했다. 각 교복 브랜드의 가격 수준도 비슷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요즘은 순모로 만든 남성 정장 한 벌도 20만원이면 살 수 있고 외국 디자이너의 와이셔츠도 2만원이면 산다. 최고급 소재로 유행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갖추어야 하는 남성 정장 값과 한 가지 디자인으로 대량생산하는 교복 값이 같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교복은 유행이 없어 작년 제품도 재고 없이 팔 수 있는 것 아닌가. 중·고등학생에게 교복을 강제하는 것이 고쳐질 수 없다면 여러 가격대의 제품이라도 있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김수진·서울 강동구 명일동■교복 왜 입히나
1982년 정부의 교복자율화정책으로 사라졌던 교복은 빈부격차 해소와 청소년 탈선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1985년부터 부활해 현재 전국 대부분의 중·고교에서 착용토록 하고 있다. 의무화한 것은 아니며 학교장 재량에 따른 선택사항이다.
■교복시장
교복제작 중소기업체의 모임인 한국학생복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해 교복 수요는 중·고교 신입생 120여만명과 재학생 등 150만명에 이른다. 신입생의 경우 교복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대기업 제품의 경우 동복 18만∼25만원, 하복 8∼9만원에 바지 셔츠 등추가 구입으로 연 40만∼50만원 정도 든다. 일반 중소기업체 제품의 경우 동복 13만∼14만원, 하복 5만원 등으로 대략 20만∼25만원이 든다. 이에 따라 국내 교복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얼추 4,0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교복시장은 특히 제일모직 아이비, 선경 스마트, 새한 엘리트 등 3사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전국의 1,200여 중소기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교복 값은 1995년 4월 교육부가 학교 차원에서 교복 일괄 구입을 금지시키면서 오히려 크게 올랐다. 교복업체들이 학교별 교복 디자인에 맞춰 제품을 내놓으면 학생들이 이중 하나를 선택토록 했는데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10만원선이던 교복가격은 크게 뛰었다. 이것은 대리점을 통한 판매로 유통비용이 많이 들고 광고비 지출이 많은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한 홍보 관계자는 “대기업의 제품은 품질이나 원단이 다르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소비자가 형편에 따라 원하는 가격 수준의 교복을 골라서 사입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현재의 가격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안
대구 도원중, 제일여중과 문지중 등은 학부모들이 공개입찰에 의한 교복공동구매를 채택, 교복값을 10만원 대로 내렸다. 이런 추세에 맞춰 서울YMCA시민중계실은 2월 중순 공청회를 통해 학부모회가 공개입찰에 나서라고 제안했다.
공개입찰은 한국학생복연합회도 지지하는 방식. 이 연합회 임헌남(林憲南·38)사무국장은 “공개입찰할 경우 재고가 없어지기 때문에 교복값이 9만∼11만원 정도로 떨어질 수 있고 중소기업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최은숙(崔恩淑·30)간사 역시 “학부모들이 교복을 일괄구매하면 가격도 낮추고 교육자치 발전의 계기도 된다”며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일선 학교교장들이 교복을 과감히 없애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임종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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