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벤처 열풍’에 휩싸여있다. 벤처 기업들이 몰려있는 코스닥 시장은 벌써 시가 총액과 거래 규모면에서 ‘맏형’격인 거래소 시장을 앞질렀다. 벤처 기업이라고 하면 ‘돈을 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정부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벤처 키우기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우수한 두뇌말고는 변변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벤처 기업 육성은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지름길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과열’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지난 1년간 나스닥 지수가 108%포인트 뛰는 동안 전통적인 우량 기업들이 모인 다우존스지수는 8∼9%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전세계적으로 벤처 기업은 21세기 뉴 비즈니스의 주역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어느 누구보다도 금융위기를 혹독하게 겪은 우리 벤처 기업인들에게 지금의 한국 상황은 가히 ‘벤처 천국’이라 하겠다. 벤처 기업인들이 이같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고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축으로 성장하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 개발이다.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벤처 기업의 밑거름이라면 생존의 키워드는 기술력이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벤처 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5%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술력이 따르지 않는 ‘한탕주의’식 창업이나 투자는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
벤처 기업은 기업 지배구조나 사업 다각화 면에서도 기존 대기업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야 한다. 벤처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은 바로 이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낳은 폐단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업자라고 해서 절대적 경영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스탠퍼드대학원생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창업한 ‘야후!’가 오늘날 그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탐 쿠글이라는 ‘늙고 노련한’ 전문경영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 다각화를 할 때도 신규 사업 진출로 거둘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엄격히 따져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벤처 기업의 경쟁 무대는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이어야 한다. 이는 전세계를 엮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태생적 특성이기도 하다. 밤잠을 설치면서 연구에 매달리는 많은 젊은이들의 충혈된 시선은 세계를 향해야 한다.
지금의 벤처 열기가 ‘돈벌이’에만 그치지 않을 때, 그리고 간이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며 연구하던 초심자의 마음을 계속 소중히 간직할 때 ‘시작은 미약해도 나중은 창대한’ 기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익래 / 다우기술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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