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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어와 부시를 바로 보자

입력
2000.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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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슈퍼화요일’에서 맥케인 상원의원을 압도했다. 슈퍼화요일이란 16개 주가 동시에 치르는 예선으로 민주 공화당에서 이날 승리하는 후보가 각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의 대세를 장악하는 예선 분수령이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이날을 계기로 사실상 앨 고어부통령이 대통령후보 지명의 대세를 굳혔다.부시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을 포함한 거대 주에서 승리함으로써 남아 있는 예선에서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또 맥케인 의원의 조기 사퇴를 유도하여 11월 본선을 일찍 대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선과정에서 부시 주지사의 초반 인기와 자금력이 맥케인의 뉴햄프셔 돌풍으로 상당히 마모됐다. 더불어 앨 고어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상 우위도 크게 잠식되었다. 따라서 역사상 가장 불꽃튀는 대통령선거전이 예상된다.

미국 대통령 예선은 미국인들의 정치 의사결정의 한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슈퍼화요일을 통해 미국의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조망대에 서게 되었다. 물론 이변(異變)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식과 통계를 놓고 볼 때 앨 고어 부통령과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중 한 사람이 내년 1월 백악관의 새 주인으로 21세기의 미국을 열어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전통적인 한미관계의 견지에서도 그렇지만 글로벌 사회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차기 미국대통령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충격적인 정책변화는 없을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정치적 배경과 개인적 관심에 따른 미묘한 정책 변화가 의외로 우리나라에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앨 고어가 집권할 경우 클린턴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낙관은 금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앨 고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독특하게 떠 오를 현안은 지구환경문제일 것이다. 특히 지구온난화문제에 대한 고어의 지식과 관심은 미국의 중요한 대외정책으로 구체화할 것이라 예측된다. 우리 정부의 정책개발수준과 국민의식으로는 감당하기 벅찰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짚어두고자 한다.

부시 주지사가 대통령이 될 경우 클린턴 정부와 다른 정책으로 우리의 관심을 끌 일은 북한문제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북한문제에 민주당보다 단호한 정책을 취해 왔다. 부시는 국제경험이 없는 주지사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부시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물론, 그의 외교보좌 진용을 지금부터 면밀히 분석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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