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빌리티로가꾸는 쉬운인터넷]쉬운 인터넷, 쉬운 소프트웨어는 21세기 컴퓨터산업의 화두다. 쓰기 쉬운 웹사이트 만들기의 핵심은 유저빌리티(Usability)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웹사이트나 소프트웨어는 주행시험을 거치지 않은 자동차나 마찬가지다. 한국일보는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도약을 위한 유저빌리티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면서 ‘웹 유저빌리티’ 특집을 매주 목요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불만을 갖고 있다. 웹 페이지 하나를 보려면 답답하리만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WWW’는‘월드 와이드 웨이팅(World Wide Waiting)’이라는 농담까지 나왔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과연 얼마동안 기다릴 수 있을까? 웹디자이너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1초다. 링크를 클릭해 새로운 페이지가 모니터에 완전히 보이기까지 1초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컴퓨터 이용자들의 참을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세 가지 척도가 이용된다. 컴퓨터가 다음 결과를 보여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0.1초 이하면 이용자들은 컴퓨터가 즉시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 1초까지는 이용자들이 다소 지루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생각의 흐름을 끊지는 않는다. 10초가 넘어가면 집중력을 잃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의 인터넷 기술수준으로는 대부분의 웹페이지가 1초 이내에 다운로드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2초에서 10초 사이면 일단 상업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 웹페이지로 평가한다. 최근에는 네티즌의 참을성이 길어진 덕분에 그 한계를 15초까지 늘려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네티즌의 인내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한번 떠난 독자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인터넷 세계의 비정한 법칙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웹페이지를 보여주기까지 몇가지 기술적인 단계가 시간을 잡아 먹는다. 첫째, 웹페이지를 담고 있는 서버의 성능 때문이다. 갑자기 이용자가 늘어나서 서버기능이 한계에 도달하면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둘째, 서버가 연결돼 있는 인터넷회선의 성능 문제다. 셋째, 인터넷의 네트워크 자체 때문에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갑자기 네트워크 상의 교통량이 많아졌다거나 서버와 이용자 사이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넷째, 이용자들의 인터넷 접속방식이다. 전화모뎀을 비롯해 DSL, ISDN, 케이블 모뎀 등 인터넷 통신속도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디자이너들에게 항상 기준이 되는 것은 그 시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접속방식이어야 한다. 지금은 56Kbps 속도의 전화모뎀이 그 기준이 된다. 인터넷 이용통계를 전문으로 하는 ‘이코노캐스트’(www.iconocast.com)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94.5%가 전화모뎀을 쓰고 있다.
이같은 하드웨어나 인터넷 기술 때문만이 아니다. 정말 심각한 것은 웹페이지 디자인 자체가 다운로드시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저빌리티(usability)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아주 사소하고 쉬운 손질 하나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웹페이지에 GIF로 된 그림을 넣을 때 색깔 숫자를 줄이면 그림이 다운로드되는 시간이 현격히 줄어든다. 또 웹 페이지 안에 다른 웹사이트의 디렉토리로 연결되는 URL을 삽입할 때 그 끝에 흔히 생략하고 마는 ‘슬래시’(/)를 넣어주면 역시 속도가 크게 빨라진다.
표 안에 표가 들어가는 디자인에서 표를 하나씩 따로 독립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저빌리티 디자인을 세심하게 완성한 뒤 인터넷 회선과 같은 하드웨어까지 개선하면 웹사이트 속도는 최적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미국에서 온라인 자동차판매 서비스로 유명한 ‘카스 컴’(Cars.com 그림 참조)은 홈페이지와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페이지에 자동차 사진들은 물론 두툼한 자바 애플릿까지 이용하고 있으나 페이지 다운로드 시간은 좀처럼 10초의 한계를 넘지 않는다. 공훈의 (孔薰義)
huneyk@sims.berkeley.edu
■유저빌리티
유저빌리티란 가전제품등의 이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쉽게 찾아내서 적절히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테면 VTR의 예약녹화 기능이 너무 복잡해 소비자가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 예약녹화기능의 유저빌리티는 실패했다는 말이 된다. 최근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웹 사이트 개발에 유저빌리티를 활용하는 경우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히 ‘사용자에게 편리한’(user-friendly) 웹 사이트 디자인을 위한 핵심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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