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이 맞을까, 양의학이 좋은가? 양·한의학의 틈바구니에 끼어 시달려온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기고 있다.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천중문의대 강남 차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성욱(金成郁·35)교수가 만성두통 환자 이모(45·여)씨를 진단한 뒤 “양방 치료를 받으십시오”라고 타이르고 있다.
한방치료를 받으려던 이씨가 의아해하자 김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주머니 증세엔 양방치료가 맞습니다.” 이씨가 갈 길을 찾게 된 것은 김교수가 양·한의사 면허를 함께 소지한 2중자격자 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 구본홍(具本泓·76)원장실에서도 같은 일이 수없이 되풀이된다. 구원장은 자신이 치료해도 될 중풍환자를 양의사에게 주저없이 보냈다. 환자특성상 양방치료가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구원장이 양의사 자격증이 없었더라면 힘든 일이었다.
양·한의사 동시 면허가 의료계에 변화를 몰고 올 것같다. 국내 양·한의사 면허 동시자는 총 50여명. 차 한방병원처럼 같은 병원에서 양·한의사 면허 소지자가 함께 근무하기는 의료기관도 나타났다. 그동안 대학병원과 부속 한방병원이 양·한방 협진(協診)체계를 갖추고 환자교류를 시도하고 있지만 ‘실적’은 거의 없었다. 서로 고유영역을 다투는 배타적 관행때문이다.
‘2중 의사’원조격인 구원장은 1957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뒤 고려대 의대에서 의사 자격증을 땄다. 경희대·경원대 한의대를 거쳐 98년 포천중문의대로 옮긴 구원장은 지난 1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한 김교수가 부임하자 황금의 콤비를 이루고 있다.
정부도 양·한의사 면허 동시 소지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양·한방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환자들의 의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고, 양·한의사간 벽을 깨뜨릴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원장은 “우리 의료시스템은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의료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양·한의사 면허를 함께 가진 의사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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