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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예술 '도움주고받기' 새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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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예술 '도움주고받기' 새흐름

입력
200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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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예술은 늘 쪼들린다. 연극이나 클래식 콘서트, 오페라, 발레, 무용 등 은 큰 극장을 꽉 채우고 표를 몽땅 팔아도 공연 제작비 건지기가 힘들다. 그래서 기업에 지원을 호소하러 다닌다. 기업은 자기네 이미지를 높이고 기업 이익을 사회에 돌리는 뜻에서 돕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그 돈은 졸라서 타내는 돈, 기업이 베푸는 돈에 머무는 편이다.영국의 권위있는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2월 17일자 ‘기업과 예술’ 특집에서 기업과 예술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과 문화예술계가 참고할 만하다.

영국의 ‘예술과 기업 협의회’(Arts & Business Council)는 지난해부터 전략을 바꿨다. 새 전략의 핵심은 서로 돕기이다. 기업은 간부나 경리, 컴퓨터 전문가를 예술단체에 보내 경영·홍보 전략을 지도한다. 예술가나 단체는 남들한테 좀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자기표현 기법 등을 기업 간부에게 가르친다. 예술을 경영 훈련의 최신 방법론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돈만 주고 마는 게 아니다.

음료회사 ‘앨리드 도믹’과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7년째 RSC를 지원하고 있는 앨리드 도믹의 간부들은 RSC 워크숍에서 창의력 훈련을 받고 있다. 존 스미스 맥주회사도 맥주 배달원을 연극배우에게 보내 단순 배달꾼이 아닌 세일즈맨으로 훈련시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매년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지원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이 상을 받은 7개 기업의 사례가 흥미롭다. 예컨대 민간교도소 운영업체인 ‘그룹 4 프리즌 서비스’는 예술을 교도소 환경개선에 활용했다. ‘서미트 아츠’라는 예술단체와 협력해 교도소 안에서 록 오페라‘서브토피아’를 공연한 것. 무대 제작·연기 등 모든 작업은 서미트 아츠의 도움을 받아 죄수들이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죄수들은 새로운 직업 훈련의 기회를 얻었고 교도소 분위기도 아주 좋아졌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이제 돕는다는 차원을 떠나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예술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가치있는 투자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 모임인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375개 기업 1,160건에 1,382억원으로 전년보다 건수로는 186%, 액수로는 149% 증가했다. IMF 사태 이전인 1996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수치가 반전된 것이다.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김치곤 사무처장은 “이제 기업과 예술의 관계는 서로 돕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조건 기업더러 도와달라고 할 게 아니라 기업이 매력을 느낄 만한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영국의 ‘예술과 기업 협의회’는 예술가가 어떻게 기업에 접근할 것인가를 놓고 매년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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