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이젠 브랜드 시대다. 같은 지역, 같은 평형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수천만원씩 값 차이가 난다. 그 결과 재벌 계열의 유명 건설업체 아파트와 중견 건설업체 아파트간에 가격 차별화 현상으로 이어진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하나는 막연히 유명 브랜드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가 자산가치를 인정받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살 때 비싸더라도 팔 때 그만한 값을 받고 매각할 수 있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삼성아파트. 34평형의 경우 매매가가 2억5,000만원으로 주변의 다른 아파트에 비해 8,000만-9,000만원 비싸다. 마포구 도화동 삼성아파트 42평형은 3억5,000만-3억7,000만원으로 같은 평형의 인근 아파트보다 2,000만-3,000만원 높다. 영등포구 문래동 LG아파트 35평형도 2억1,000만-2억4,000만원으로 역시 인근 다른 아파트보다 가격이 2,000만-5,000만원 높게 형성돼 있다.
서울 외곽의 수도권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용인 수지의 우성아파트 33평형 매매가는 1억8,500만-1억9,000만원. 인근 공무원아파트보다 1,500만-3,000만원가량 높다. 부천 상동의 대우아파트 49평형도 중견 건설업체가 지은 근처 아파트보다 1,000여만원 높은 2억4,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브랜드 차별화가 뚜렷하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는 주변 여건이 다소 불리해도 청약이 몰리는 반면, 중소업체들은 미분양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가 곧 돈으로 연결되자 업체들은 출혈경쟁도 마다않는다. 최근 서울 강남의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사업자로 선정된 LG건설은 이주비를 가구당 1억-1억5,000만원씩, 경쟁업체보다 50% 가량 더 주는 조건을 내세워 사업권을 따냈다. 전체 2,800여세대에 지원하는 이주비가 대략 3,000억원 정도. 이중 80%가량을 무이자로 지원하기 때문에 LG는 시공에서 입주까지 약 3년간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얼른 생각해도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 힘든 사업이다.
이같은 손해를 감수하고 LG가 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서울시내 요지에 대규모 LG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브랜드만 보고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을 꼬집는 지적도 적지않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사장은 “브랜드 가치가 과도하게 평가된 경우가 적지 않아 나중에 팔 때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유명브랜드만 찾지 말고 중견 건설업체의 아파트를 잘 골라 분양받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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